MB검찰 1년을 말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와 공안통치의 부활

등록 2009.02.19 09:33수정 2009.02.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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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1년, 검찰의 퇴행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 2008년 MB정권이 출범한 후 검찰이 보인 행태는 우리에게 당혹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10년간의 민주화를 거치면서 검찰도 최소한의 정치적 독립성을 인식하고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자기존재를 알게 되었을 거라는 기대는 단지 환상에 불과했음을 확인하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새 정부 들어 검찰의 정치적 예속성은 점점 심해지고 노골화되고 있다. 과거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거침없이 칼끝을 겨누었던 기개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004년 9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검사협회(IPA) 총회에서 당시 대검중수부 대선자금 수사팀이 특별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세계 검찰 역사상에도 찾기 힘든 기개와 강단을 발휘했음이 인정받은 것이다. 2003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약 8개월 동안의 대선자금 수사에서 천 억 원대에 가까운 불법정치자금의 실체가 밝혀졌고 여야 정치인 및 기업인 50여명이 법의 심판대에 섰다. 이러한 소신수사로 당시 검찰이 국민들의 신뢰를 일정 회복한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과거와 같이 정권안보기구를 자임하면서 그 역할에 몰입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개괄적으로 살펴보아도 지난 1년간 검찰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문제점을 다룬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 대표적 보수신문인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주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인 네티즌들에 대한 수사, 촛불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엄정․신속한 사법처리, 정연주 前KBS사장에 대한 배임혐의 수사, 저인망식의 대대적인 공기업비리 수사,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에 대한 압수․수색․수사, 인터넷포털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구속, 국가보안법위반 공안사건의 부활 등으로 이미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전 청와대비서진들의 국가기록물 유출의혹 수사, 신성해운 로비의혹 수사, 농협의 휴켐스 헐값매각의혹 수사, 부산자원 특혜대출의혹 수사, 강원랜드 수사 등도 前정권의 실세를 겨냥한 수사라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이 때문에 지난 참여정부에서 사라졌던 검찰을 동원한 전(前)정권사정의 악습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의 숨겨진 비리를 비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현 정부의 무리한 정책집행을 뒷받침 하거나 정국장악을 위한 목적의 전 정권․야당사정에 검찰이 ‘권력의 칼’로 동원되는 경우 검찰조직의 정치적 독립성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대통령 영부인의 사촌인 김옥희 씨 공천비리사건, 유한열 전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군납비리사건, 대통령 사위의 주가조작사건 등에는 검찰이 매우 소극적인 수사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참여정부시절 대선자금수사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겨냥했던 과거의 당당한 모습과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용산참사에 대한 부실․편파수사도 계속 논란거리인 현재의 상황에서, 검찰은 과연 자신의 정치적 편향이 도를 지나쳐 이미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라는 것을 알기나 하지는 모르겠다. 

 

검찰권은 결코 국민이 포기할 수 없는 권리

 

  물론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을 해석 적용 집행하는 법원과 검찰(경찰을 포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무리 정치나 금력이 법 위에 있다고 하지만 결국 모든 정책의 입안과 집행은 법의 형식을 빌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집행기관인 검찰의 법 해석이 왜곡되고 집행권한이 남용된다면 우리사회 법치주의의 모습은 심히 일그러지고 왜곡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법수호의 최후보루인 법원조차도 오늘날에는 경제권력 앞에 매우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법원의 젊은 판사들이 인신구속에 신중하고 시민들의 집회시위기본권을 판단함에 있어 정치적 외풍을 덜 타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현재 처해 있는 2009년의 현실은 그나마 진보적이었던 과거 10년 정권하에서 검찰 개혁에 철저하지 못했던 업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민의 정부는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라고 했지만 사실상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한 일이 전무했다. 참여정부는 검찰권력을 견제하고 그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결국 검찰조직을 둘러싼 본질적인 내․외적 시스템을 개혁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방송과 언론장악의 도구로 전락한 검찰

 

  작년 MB정권의 출범과 함께 공직 뿐 아니라 수많은 공기업의 사장과 감사, 각종 위원회, 각종 직능단체․관변단체의 장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진행되었다. 심지어 헌법상 임기가 보장된 감사원장도 물갈이의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정권이 가장 주목한 것이 언론사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방송장악 나아가 언론장악이 보수정권 연장의 첫 단추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MB정부는 대다수 언론인들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YTN과 KBS에 낙하산 인사를 감행함으로써 방송장악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가시화하였다. 그러나 이로 인한 해당 언론사 내부의 내홍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MB정권의 언론사 장악에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 바로 검찰이다. 검찰은 지난해 8월 12일 정연주 전 KBS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긴급체포하여 조사한 뒤 8월 20일 재판에 회부하였다. 재직 때인 2005년에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부과 취소소송 1심에서 이긴 뒤 재판부의 중재 권고로 국세청과 합의해 556억 원만을 환급받고 항소심을 취하, 회사가 돌려받을 수도 있는 금액인 2천448억 원을 다 받지 못해 그 차액인 1천892억 원의 손해를 회사에 끼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법원이 조정을 권고하였고 유명 로펌의 법률자문과 수용권고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KBS 심의의결기구인 경영회의에 의해 승인된 조정 수용행위에 대해 배임죄를 걸어 기소한 것은 법리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항소심에서 KBS가 승소한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과세관청에 의해 새로운 부과처분이 가능해 행정소송으로 법인세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중론이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행위가 배임이 된다면 그러한 조정을 권고한 항소법원 재판부에게는 배임을 교사한 죄를 물어야 한다는 말인가?

 

정연주 전 KBS 사장이 통합방송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에 해임권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사퇴압력에 굴하지 않자 검찰이 대통령의 해임권 행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무리하게 배임죄를 적용, 기소하였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정치권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반민주적인 행태에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이 해결사로 나선 느낌이다. 법적인 시시비비는 앞으로 법정에서 밝혀지겠지만 검찰로서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기소권을 남용한 부끄러운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MB정권의 언론탄압에 검찰이 총대를 멘 또 다른 사례는 바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의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한 수사이다.

 

  민주사회의 건강성은 행정권력에 대한 언론의 다각도의 감시와 건전한 비판이 가능할 때 지켜지는 법이다. 성급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개방에 직면해 언론이 이러한 개방정책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보도한 것은 언론본연의 당연한 사명이다.

 

  그러나 MB정부는 MBC PD수첩의 보도가 대대적인 국민저항운동인 촛불집회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단정하고, PD수첩의 보도가 왜곡된 내용으로 농림부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였다.

 

  검찰은 작년 7월 29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PD수첩의 보도에 19곳의 왜곡이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런 검찰의 중간수사결과가 기존 농림부측의 입장과 대동소이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이후 수사진행은 지지부진하였는데 그 원인은 다름아닌 수사를 담당하던 부장검사가 제작진이 일부 사실을 왜곡하기는 하였지만 농립수산식품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아서라는 것이 그가 검찰을 떠나는 과정에서 비로소 알려졌다.

 

  이는 정치권의 지휘를 받는 검찰 수뇌부와 일선 수사진 사이에 갈등이 있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애당초 MB정부의 비판언론 재갈물리기에 검찰이 무리하게 나섰음을 반증하는 사건이라고 평해도 좋을 것이다.

 

검찰의 화룡점정,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 미네르바 사건 

 

  MB정부는 이렇듯 언론을 길들이고 우호적인 언론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공작을 벌이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사이버 상에서도 비판적인 국민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를 취했다. 그 공세의 대상은 MB정부의 정책이나 보수언론의 논조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던 네티즌들이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에 대한 수사․기소’와 인터넷공간에서 경제대통령으로 불리우던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구속’이다. 물론 검찰이 동원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에 대한 수사․기소’는 광우병과 관련한 촛불시위를 악의적으로 보도한 조․중․동 신문에 대해 네티즌들이 포털사이트 등에서 벌인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에 대하여 검찰이 전담 수사팀을 구성 수사, 작년 8월 29일 네티즌 2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해 재판중인 사건을 말한다. 검찰은 이 사건의 공판에서 당사자들에게 이례적으로 매우 높은 형량을 구형해 빈축을 샀다.

 

  올해 2월 11일 전국의 법대 교수와 변호사 80명이 소비자불매 운동은 처벌될 수 없다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였는데 이 탄원서에서 법률가들은 “소비자들은 자신의 자유로운 판단으로 특정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하므로 소비자의 불매행위 자체가 처벌되는 나라는 없으며” 또한 “불매운동을 권유, 호소, 설득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나라는 더더욱 없다”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검찰은 시민들이 소비자 불매운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호소, 권유, 촉구하는 글을 게시한 네티즌들을 업무방해죄로 기소하면서 직접 전화를 한 사람들과의 공모관계도 밝히지 않은 채 무리하게 공모공동정범이론을 적용하여 법이론적으로도 큰 무리가 있는 기소행위를 저질렀다. 앞의 탄원서를 제출한 많은 법률가들이 검찰의 기소를 ‘기소모험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는 바로 그 이유다.

 

  보수언론의 돈벌이를 지켜주기 위하여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행사를 업무방해로 규정짓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를 형벌로 제약하려는 검찰의 시도는 민주사회의 핵심가치인 표현의 자유 및 소비자 주권의 행사를 부정하려는 반민주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익히 알고 있는 미네르바에 대한 검찰수사와 구속은 우리국가의 품격을 삼류로 떨어뜨린 대표적인 사건이다. MB정부와 검찰은 미네르바가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공익을 해하고 국가의 브랜드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했지만, 이 사건을 접한 대다수 시민들은 인터넷상 논객 한 사람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고 개인 한 사람을 상대로 정부가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 실소를 금치 못하고 말았다.

 

  (작년 2008.11.3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국회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인터넷논객 ‘미네르바’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일방적으로 전달된다는 일부 한나라당 소속 의원의 지적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이는 집권여당의 청부에 의한 수사지시가 법무부에서 검찰에 내려지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인터넷에 제시되는 수많은 의견들 중에서 옥석을 가려 신뢰할 만한 의견을 선택․추천하는 것은 현명한 네티즌들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임을 정부와 검찰만이 모르고 있다는 것인지? 미네르바의 허위사실 공지가 공익을 해하고 국가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렸다면 그동안 대통령과 장관이 보여준 수많은 실언과 정책실패는 국가의 브랜드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것인지? 그리고 전기통신법 위반여부의 법률적 판단에 있어서도, 당국자가 구두로 외환매수 자제를 요청했으나 공문으로는 보내지 않았다면 과연 그러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되어 미네르바가 적시한 사실이 허위가 되는 것인지? 최고의 두뇌들이 모였다는 검찰의 상식적 판단으로는 이러한 사실이 제대로 분간되지 않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비판적 언론의 자유를 억압한 미네르바 구속사건은 우리사회의 품격을 ‘저급함’으로 떨어뜨린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MB정부의 이러한 언론탄압과 비판언론 잠재우기에 총대를 메고 나선 검찰은 스스로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도 지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판 언론, 여론과의 치열한 논의 대신 형사처벌로 무조건 입만 막으려는 법 만능주의는 우리사회의 법치주의 확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인권수호기관인가 관권수호기관인가

 

  인권 보호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스스로의 주장과는 달리 인권수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기저에 흐르는 반인권적․인권무시적 태도가 검찰의 법집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작년 촛불집회 과정에서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연행한 시위자에 대해서는 매우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기소를 진행하면서도 과잉폭력진압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경찰관들의 수사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을뿐더러, 시민 5명과 진압경관 1명의 소중한 목숨이 희생된 용산참사 사건의 수사에 있어서도 농성자들에 대한 기소는 엄정하면서도 경찰의 과잉진압 및 과실에 대해서는 부실한 조사로 언론의 지탄을 받다가 끝내는 깨끗이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불법 공권력의 행사로부터 시민을 지켜주는 임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검찰이 직무유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증거가 명백하고 도주의 우려가 없는 미네르바 구속은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현대 형사절차의 기본이념에 반하는 반인권적 수사행태였다.

 

  더구나 미네르바 변호사의 증언에 의하면 검사실에서 포승줄에 묶여 13시간 이상을 조사받은 적도 있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신문(訊問)이 아니라 사실상 고문에 가까운 수준이 아닌가. 이미 수 년전 송두율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검찰신문과정에서 피의자를 포승줄로 묶고 수갑을 채우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신문 관행이 검찰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작년 10월 검찰 창설 60주년 기념식에서 “약한 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검찰이 되겠습니다.”라고 공언했지만 결국 공허한 약속을 스스로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정권의 출범 이후 권력과 가진 자의 편에서 서서 약한 자와 없는 자들을 형벌이라는 무기로 토끼몰이 하듯 핍박하고 있는 검찰의 행태는 결국 과거의 부끄러운 모습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염치를 모르는 기본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앞으로도 검찰의 법집행과 관련하여 지속적인 인권의 후퇴가 염려되는 상황이다.

 

형사정책이 국가정책의 가장 하(下)책인 이유

 

  MB정부는 경제회복을 통한 선진사회 진입을 위해 줄 곳 ‘국법질서 확립’을 외치고 있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브랜드가치가 낮은 이유가 첫째는 미약한 준법의식, 둘째는 노사문화, 셋째는 북한이라고 말했다. “‘떼법’만 없어도 GDP가 1%이상 성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은 ‘강한 법’, ‘강한 법집행’이 없었기 때문에 선진국 진입의 문턱을 못 넘고 있었다는 투다.

 

  그러나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도 약자 및 소수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따뜻한 법’과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정당간 논의와 타협을 통해 만들어진 ‘민주적인 법’만이 정당한 법으로서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법을 집행함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향한 설득노력과 그들의 다양한 민생 요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회 경제 복지정책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정부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형사처벌만을 전방위적으로 앞세우는 것은 매우 낮은 수준의 법치주의이다.

 

  ‘형사정책은 사회정책의 꼴찌여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있다.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는데 반대 목소리를 누를 수 있는 강한 법과 강한 법집행만을 주문하고 있는 대통령의 인식은 차라리 법치에 대한 몰이해에 가깝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 법무부와 검찰은 이러한 대통령의 법인식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2009년 업무보고에서 “불법필벌의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엄정한 실천을 위해 검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고, 임채진 검찰총장은 “사회혼란을 획책하는 불법행위에는 단호히 대처해 법치의 새 이정표를 세워나가겠다”고 보고했다.

 

  검찰총장은 이에서 더 나아가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면서 친북좌익 이념을 퍼뜨리고 사회혼란을 획책하는 우리사회의 친북좌익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민주화의 진전과 더불어 사라졌다고 믿었던 공안통치가 예고된 것이다.

 

  올해 검찰은 참여정부시절 사라졌던 공안3과를 부활시켰고 유관기관 공안대책회의를 격상시키고 정례화하는 방침을 검토하는 등 전례없이 공안파트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집회시위에 대해 엄정한 대처방안을 담은 ‘2009년 공안부 운영 방침’을 천명하기도 하고, 동시에 경찰의 법집행에 대해서는 관용 및 면책의 방침을 밝혀 경찰의 강력한 집회시위진압을 부추기고 있다.

 

  인터넷상의 여론통제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사이버전담 수사부서를 설치하고 200명의 전산직 공무원들에게는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공안기관에서 반국가보안법위반사건에 대한 수사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미네르바의 구속이후 인터넷 논객들이 국외탈출을 감행하는 것은 이러한 암울한 시대의 도래를 예견한 탓일까?

  역사발전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MB정부의 시대착오적인 정책에 검찰이 편승하여 스스로의 권력 확장을 기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검찰, 법률가를 자임한다면 헌법 1조를 되새기라

 

참여정부의 가장 큰 정치적 결단 중의 하나는 검찰을 도구화하려는 시도를 포기한 것이었다. 오히려 검찰권력 과잉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그 권력의 견제를 위한 다방면의 개혁을 표방했기 때문에 집권기간 내내 둘의 관계는 껄끄러웠다. 당시 검찰의 칼끝이 야당 보다는 오히려 집권세력을 겨냥한 사례가 많았던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 이해가 된다.

반면 MB정부 들어서는 지난 정부에서 끊어졌던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의 ‘연결고리’가 다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연초에 이미 ‘삼성떡값’으로 위기를 맞았던 현재의 검찰수뇌부와 대선과정에서 BBK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던 현 집권세력이 안전을 서로 담보해 주면서 공생의 길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말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국민이 좌고우면하지 않는 검찰권의 행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불편부당하고 성역 없는 검찰권의 행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검찰경력을 발판으로 더 높은 권력을 지향하는 정치검사의 출현이 없다 장담하겠는가? 집권세력보다는 국민을 섬기는 검찰권의 행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과거 우리 검찰에 쏟아졌던 ‘정치검찰’ ‘권력의 시녀’ ‘정적탄압 및 정국장악의 도구’ ‘인권침해 기관’이라는 오명을 현재의 검찰이 다시 뒤집어쓰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그리고 검찰 자신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헌법의 엄중한 선언을 잊고 주권자인 국민을 단순한 통치의 객체로 폄하하거나 심지어 적대시하는 정부정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날 어려운 고난의 시절을 거쳐 오면서 우리사회 및 우리국민들이 쌓아온 민주화의 내공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검찰 공히 인식의 전환이 심각하게 요청된다.

덧붙이는 글 | 오늘 2시부터 오마이TV로 생방송될 이야기 한마당 주제글입니다. 

2009.02.19 09:33ⓒ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늘 2시부터 오마이TV로 생방송될 이야기 한마당 주제글입니다. 
#참여연대 #검찰1년 #MB검찰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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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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