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한글 아래 스페인 어로 음을 달았다.
문종성
정글 진입 나흘 째. 한낮의 더위와 허기를 단번에 날릴 방도를 찾던 중 어느 허름한 과일 가게에 들어갔다. 깔끔하게 한 통이나 1kg이 아닌 수박 한 조각과 망고 하나, 파인애플 반개를 일일이 흥정하는 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쫌생이’ 캐릭터가 된다. 그런데 파리 날리는 가게 안 과일박스 위에 걸터앉아 우적우적 과일을 씹던 중 또 한 번 귀가 솔깃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 정글 안에 한국인이 산다는 것이다. 다니면서 참 놀랄 일도 많다.
현지 유치원을 경영하는 한 한국인을 만날 수 있었다. 마침 토요일은 한글수업이 열린단다. 유카탄 반도의 어느 이름모를 해안 도시에는 단 한 가정뿐인 선교사 가족이 살고 있다. 또다른 한국인인 그가 강의하는 수업에 참관했다. 수강생은 달랑 세 명. 거기에는 심지어 일본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짧은 수업을 위해 차로 한 시간 반이나 달려오는 열정을 보인다.
유카탄 반도에는 1세기 전 대양을 건너 온 한인 후손들의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그들 중 일부는 다행히 열악한 노동자의 신분을 벗어나 자기 자리를 잡은 이들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완전히 현지화 되어 비참한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그나마 아직 한국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에게라도 한국 문화를 전하기 위한 노력이 힘겹게 경주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나 단체의 후원 없는 개인적 열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