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중의 장비묘 대전에 모셔져 있는 장비묘. 찰흙으로 만들어진 장비상은 황제의 모습으로 랑중 사람들에게 신선처럼 모셔지고 있다.
모종혁
"머리는 양쯔강(長江) 변에, 몸은 여기 랑중(閬中)에 묻혀 있다니, 그는 죽어서도 참 편치 못하군요."
중국 쓰촨(四川)성 수도인 청두(成都)에서 동북쪽으로 360여㎞ 떨어진 랑중시에는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한 사람의 묘가 있다. 한때 도원결의를 맺었던 두 형제와 함께 중국 대륙을 호령했던 용장(勇將). 장판교 위에서 애마를 타고 장팔사모를 비껴든 채 벽력같은 소리를 쳐 조조의 백만 대군을 오금 저리게 한 맹장(猛將). 유비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좋아하는 술을 마시다 부하들에 의해 불귀의 객이 된 호걸(豪傑). 바로 장비(張飛)의 묘이다.
랑중은 쓰촨 4대 강 중 하나인 자링강(嘉陵江) 중류에 위치해 있다. 옛 랑중성은 자링강 서안에 자리잡고 있는데,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하천이 3면을 에돌아 보호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 랑중은 기원 전 4세기에 현이 설립된 이래 줄곧 쓰촨성과 중국 중원지방을 이어주는 요지였다.
랑중은 자연 경치도 매우 아름다워 옛 문인들의 칭송을 받았다. 1300여 년 전 안사의 난을 피해 이곳에 온 당대 시성 두보(杜甫)는 '삼면 성벽이 강물에 비치고, 주위의 산들이 밤 노을을 가두다'(三面江光抱城廓,四圍山勢鎖煙霞)라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 랑중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랑중은 관광자원이 풍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300~400년의 역사를 지닌 민가가 널려있는 랑중고성은 산시(山西) 핑야오(平遙), 윈난(雲南) 리장(麗江), 안후이(安徽) 서센(歙縣) 등과 더불어 중국 4대 고성이다. '자링강 제1산'으로 불리는 진빙산(錦屏山)에는 유구한 역사와 신비로움을 간직한 불교 명승지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고성 내에는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전래된 불교, 도교, 이슬람교, 천주교 종교시설이 공존하면서 다양한 종교문화를 꽃피웠다. 랑중 근교에는 고급스럽고 웅장한 톈궁위안(天宮院), 풍수지리상 명당으로 꼽히는 우룽묘(五龍廟) 등 수십여 곳의 뛰어난 자연경관과 뜻 깊은 역사유적이 찾는 이를 감탄케 한다.
뭐니 해도 랑중을 대표하는 명소는 단연 장비묘다. 장비묘는 정식 명칭이 '장환후사'(張桓侯祠)로, 3세기 촉한(蜀漢) 말기 건립되어 170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환후'(桓侯)는 장비 사후 유비가 추증한 시호다. 장비묘는 장비를 가념(可念)한 대전, 장비의 아들 및 수하 문무관을 모신 적만루(敵萬樓), 묘소 및 묘 앞 사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비묘에서 만난 궈산산(27·여)은 "장비는 <삼국지연의>(이하 '삼국지') 인물 중 쓰촨 민중에게 가장 친근하다"며 "사후에도 머리와 몸이 각기 나뉘어 매장되어 후대인들을 애잔케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