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씨의 진실한 해명을 듣고 싶다

등록 2009.02.11 11:17수정 2009.02.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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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그 동안 '말'해왔던 내용과 '행위'가 일치하지 않을 때 주위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특히 그 사람이 많은 사람들 존경과 함께 인기를 누리는 공인과 연예인이면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그 동안 줄세우기와 입시 위주 한국 교육에 날카로운 비판을 해왔던 가수 신해철씨가 입시학원 광고에 출연하자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인 이유는 어쩌면 당연하다. 신해철씨가 입시위주 교육을 독설에 가까운 비판은 아니더라도 침묵만 했어도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입시교육을 '입시노동'이라 말하지만 '노동'이란 좋은 말이다. 한국 입시교육은 우리 아이들 정신과 몸을 죽음으로 이끄는 병폐 중의 병폐다. 그러기에 신해철씨의 날카로운 비판은 그의 음악 장르는 좋아하지 않더라도 말에 대한 정신을 존경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거기에는 나도 포함된다.

 

논란이 일자 신해철씨는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 홈피에서 자신의 생각을 짧게 피력했다. "예상대로 불을 뿜네요"라면서 "CF역시 아티스트에게는 표현의 일종이고, 이번 광고 출연은 평소 교육에 대한 내 생각의 연장이며, 내 교육관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신해철씨 말처럼 CF는 아티스트에게 또 다른 자기 표현이다. 자기 표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티스트가 CF하여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를 비판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자기표현'이란 말 속에는 그 사람의 세계관과 철학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신해철씨가 음악하는 이유는 그 음악 속에 자신의 세계관이 녹아 있다. 자신의 세계관을 음악에 녹여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세계관이 무엇인지 말하고 사람들은 신해철씨 세계관을 함께 공유한다. 단순히 음악 장르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노랫말에 담긴 정신과 세계관까지 좋아하는 것이다.

 

CF가 아티스트의 또 다른 자기 표현이라면 음악과 같은 세계관과 철학이 깃든 광고가 되어야 한다. 그럼 입시광고가 과연 그 동안 신해철씨가 추구했던 세계관과 비슷할까? 그는 "평소 교육에 대한 내 생각의 연장이며, 내 교육관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다"고 하여 같다고 했다.

 

왜 같은지 더 이상은 설명하지 않아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이유는 내용이 '과고'와 '자사고' '영재고' 따위에 980명을 합격시킨 학원 광고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특목고'와 '일반고' 두 부류 인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특목고는 일등 시민이요, 일반고는 이등 시민이 될 수 있는 민주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내몰리고 있다.

 

두 부류 인생으로 갈라놓는 이 비극을 비판해왔던 신해철씨가 특목고 입시 학원 광고에 나왔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CF가 아티스트의 또 다른 자기 표현이라고 했지만 자기 생각과 맞지 않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해 촛불이 한창일 때 <한겨레>가 미국축산협회가 굉장히 많은 광고 수가를 제시했지만 싣지 않았다. 왜 <한겨레> 미국축산협회 광고를 싣지 않았을까? <한겨레>는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한겨레> 논조와 배치되는 광고를 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해철씨는 광고 논란을 통하여 이명박 대통령께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명박형님께서 사교육 시장에 에너지를 팍팍 밀어넣어주신 결과 엉뚱하게도 제가 득템"되었다면서 "각하께서 주신 용돈 잘 쓰겠다"고 했다. 신해철씨 다운 '독설'이지만 이전처럼 마음에 울림이 없다.

 

'언행일치'란 남에게는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자신에게 적용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가야할 길이다. 자신이 한 행위는 다른 사람이 한 행위와는 다르다는 말을 쉽게 듣는 시대이다.

 

신해철씨 '독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이 되고,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도 '독설' 울림과 영향을 주려면 입시학원 광고에 대한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입시학원 광고가 기존의 자기 교육관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다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음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 잘못을 지적하기는 쉽지만 자기 잘못을 아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너나 할 것없이다. 예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는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눅 6:41)

2009.02.11 11:17ⓒ 2009 OhmyNews
#신해철 #입시학원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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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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