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불의의 화재로 인해 참혹하게 불타버린 숭례문.
남소연
-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소회는?"숭례문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우리는 국보 1호 숭례문을 잃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지만 그 복구 과정을 보면 숭례문 화재만큼 많은 실수를 범하고 있다.
지금 숭례문 복구과정, 즉 문화재를 조사하고 실측하는 과정을 보면 밀실에서 자기들끼리만 일처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편수(지휘하는 목수)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무를 베어 온다. 도편수가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무를 베어 오는 것은 거꾸로 된 것이다. 집을 건축할 때도 건설공사 책임자가 있어야 하는데 공사 책임자도 없이 공사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 화재 이후 문화재 관리는 좀 더 나아졌는가?"숭례문 화재 후 1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청을 철거한다거나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그대로 물에 잠겨 있다거나... 이것은 제2의, 제3의 숭례문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복구 과정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에 복구단장이나 추진위원장을 만들어서 책임감 있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문화재청 2급 국장이 복구단장을 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책임 있고 권위 있는 사람들을 임명해서 복구해야 한다.
숭례문 화재는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계기인데 공무원들은 숭례문 화재를 하나의 일처리로만 본다. 공무원들에게는 숭례문 화재가 200억짜리 공사를 맡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 4대강 정비 사업에 있어서도 문화재 보호 인식 자체가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대강 주변에 얼마나 많은 매장 문화재가 있는가. 겉으로 노출된 문화재보다 노출되지 않은 문화재가 많다. 4대강을 정비하면 전 국토의 강 주변 문화제가 숭례문처럼 될 수밖에 없다. 정비사업을 하면 강 주변의 모든 문화재를 말살될 것이다. 숭례문 잃고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 이와 비슷한 사례가 또 있는가.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을 때려 부숴버렸고 한나라당 소속 울산시장은 세계적 국보 반구대 암각화도 아직 물에서 꺼내지 못하고 있다. 또 같은 당 충청도 한 도지사는 공사현장에서 고려시대 고분이 발견된 것을 놓고 문화재보다 공장이 우선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그 고분은 공장 관계자가 굴착기로 다 갈아엎어 버렸다.
지금 이 정권 밑에 있는 사람들은 문화재가 개발의 저해가 되는 전봇대라고 보면서 무슨 숭례문을 복구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숭례문 화재 이후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문화재 정책은 퇴보했다."
-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 정책이 퇴보했다는 것인가?"그렇다. 정부는 운하를 지금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이름만 바꿔서 하고 있다. 양쪽에 제방을 쌓고 준설하겠다는 것 아닌가. 거기 있는 문화재는 다 갈아엎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지표조사기간도 3~4개월로 알고 있는데 무슨 방법으로 그 조사를 그 기간 안에 다 끝낼 것인지 묻고 싶다."
"문화재에 열정 보이던 국민들, 너무 빨리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