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발길에 코뼈가 부러진 저는 퇴원 후 나흘 만에 다시 병원에 들어가 코뼈 봉합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돈삼
예슬이가 처음부터 병원을 꺼려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처음 입원했을 때만 해도 예슬이는 여러 번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또 찾아올 때마다 텔레비전을 쳐다보며 몇 시간씩 있다가 가곤 했습니다. 심지어 설날엔 점심 때 와서 저녁 늦게까지 병실에 있다가 집에 갔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 때는 겨울방학 기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뼈 골절로 나흘 만에 다시 병원에 들어앉은 뒤로 예슬이의 얼굴을 병원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겨울방학이 끝나 개학했다는 게 겉으로 드러난 핑계였지만 예슬이의 속내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시쳇말로 '쪽팔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예슬이는 병원 간호사들이 모두 보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딸이기에 퇴원한 지 이틀 만에 아빠의 코뼈를 부러뜨리고 또 나흘 만에 입원을 하도록 만들었는지 궁금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궁금증은 간호사들의 말에서 묻어났습니다. "대체 어떻게 놀았기에 코뼈가 그 지경이 됐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문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번져 방금 교대해 들어온 간호사들까지도 한마디씩 하거나 키득키득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주사를 놓기 위해 온 간호사도 피식 웃기 일쑤였습니다. 그 딸은 왜 안 오느냐고 저한테 물어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쪽팔릴' 걸 걱정하던 예슬이가 방금 잠에 들었습니다.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천진하기 그지없습니다. 몇 년이 지나서, 아니 더 많은 시간이 흘러서 예슬이한테 이번 일을 들려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그 때도 부끄러워할지 아니면 그런 적이 없다고 잡아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