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씨와 설서윤, 설지윤. 남편은 이날 참가하지 못했다
안소민
이영희씨가 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인후문화의 집의 '가족백서' 프로그램공지사항을 본 뒤였다. 평소 문화의집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신청했다. 그런데 막상 커리큘럼을 접해보고는 덜컥 겁이 났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우리 집은 특별한 게 없는데…' '우리 집은 평범해서 이야깃거리가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신청했던 두 언니들과 의논해서 문화의집 측에 그만두겠다는 말씀을 드리자고 약속까지 했었지만 아무도 말을 못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없었던 것. 생각해보면 그게 차라리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 가족 Q&A' 당신은 과연 몇 점? 커리큘럼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 어려운 것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첫 만남 이야기 듣기, 할아버지 시대의 유명가수 노래 듣기, 아버지의 고향을 함께 여행하기, 고향 자료 찾아보기, 할아버지 할머니의 애장품 살펴보기 등이다.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쑥스럽다는 이유로, 새삼스럽다는 이유로 또는 공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알려 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저희 아이들(서윤 9세, 지윤 7세)과 함께 참여했는데 저희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로맨스를 들려달라고 하자 처음에는 무척 쑥쓰러워하셨어요. '별것도 없는 이야기', '그런 건 알아서 뭐혀' 그러시면서 손사래를 치셨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자꾸 졸라대자 처음에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사실 저도 그때 처음 들은 이야기였어요." '수줍은 산골처녀(서윤이의 외할머니를 말함)는 집안 아주머니가 소개시켜준 늠름한 외할아버지를 진외갓집에서 약혼식날 처음 보셨대요. 약혼식 하던 날 새신랑 외할아버지는 다리가 없는 진외갓집에 가기 위해 양복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리고 냇가를 건너셨대요.' - 초등학교 1학년 서윤이가 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