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대회가 끝난 뒤 법원공무원들이 속기용역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머리 위에 올린 뒤 다함께 찢으며 투쟁 결의를 다지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모습.
신종철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 "죽을 각오로 싸워야 이긴다"
"싸우려면 죽을 각오로 싸워야 이긴다. 속기사들은 법원행정처장을 두려워하지 말라. 속기사들을 국회처럼 일반직화 시키는 게 꿈이다. 법원공무원노조 투쟁에 동참해 한 번 구속돼 보겠다. 투쟁 현장에서 만나자."
손영태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은 이처럼 말해 큰 함성을 받았다. 또 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조위원장도 다음과 같이 말해 박수를 받았다.
"법원행정처가 속기사 문제를 감언이설로 덮고 있는 것을 여러분들은 잘 알고 있다. 이제 투쟁의 깃발을 올렸다. 중요한 것은 승리를 자신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민공노 6만 조합원들도 힘을 보태겠다."
곽승주 초대 위원장 "법원행정처 탁상행정 깨부수기 위해 모였다"법원노조 초대 위원장이었던 곽승주 전 위원장도 다음과 같은 말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렇게 강당이 꽉 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합원들이 많이 모이면 승리한다. 서울남부지법에서 판사가 직원들을 억류하는 사태 때 모든 조합원들이 촛불을 들고 사법민주화를 외쳤다. 처음으로 사법부 수뇌부가 두 번이나 사과를 했다”며 “과거엔 법원을 비판하면 승진은 끝났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을 보며 승리를 확신한다."
"속기사 동지들이 싸우고 있는 것은 법원행정처의 잘못된 탁상행정을 깨부수기 위한 것이다. 오병욱 위원장 중심으로 1만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 정의가 흐르는 법원을 만들어내자."
오철안 영남본부장 "법원행정처, 속기사 자존심 짓밟는 새빨간 거짓말"규탄발언에 나선 오철안 법원노조 영남지역본부장은 "법원행정처는 속기사의 업무경감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속기사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래서 전국 법원에서 1인 시위를 한 것"이라며 "효율성과 경제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탁상행정"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오히려 업무가중 정책임이 드러났다"며 "조합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법원행정처의 독선과 아집으로 만들어낸 정책"이라고 법원행정처를 비판했다.
오 본부장은 "속기 직렬을 공중분해시키고 이를 계기로 일반직을 구조조정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사법불신을 초래하고 대국민 사법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는 잘못된 속기풀제는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사실무회를 개최해 법원행정처가 그 테이블에 나올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법원행정처가 두 귀를 막고 듣지 않으려 하면 귀를 열도록 하겠다. 법원행정처와 극단적으로 가고 싶지 않지만 법원행정처가 속기풀제를 강행하면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일방행정, 탁상행정 법원행정처를 규탄한다"고 선창하며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함찬희 속기원 “인권 최후 보루 사법부조차 어려운 노동자를 짓밟아”자유발언에 나선 수원지법 소속 함찬희 속기원은 “그동안 과중한 업무와 부당한 대우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이를 악물고 기계처럼 일해 오다가 이제 좀 일이 많다고 푸념했더니 속기사들의 업무량 감소와 업무효율화라는 사탕발림으로 속기풀제 용역화를 시행하려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함 속기원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법부에서조차 어려운 노동자들이 더욱 짓밟히고 고통 받고 있다”며 “앞으로 누구도 우리의 편안하고 안전한 근무여건을 보장해줄 수 없고, 불안한 환경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만큼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큰 힘을 모으자”고 단결을 촉구했다.
강보배 속기원 “필요에 의해 입양됐다 버려지는 고아 심정”의정부지법 소속 강보배 속기원은 “속기풀제를 전면 실시하면 법원에서 일을 하면서도 마음은 법원 밖으로 쫓겨난 기분이 들 것”이라며 “법원행정처는 ‘법원가족, 법원가족’ 하지만 우리는 지금 필요에 의해 입양됐다가 다시 버려지는 고아 같은 심정”이라고 법원행정처에 야속한 마음을 표시했다.
그는 “앞으로도 즐겁게 일하고 싶고, 일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싶고, 법원에서 제일 말단직이어도 지위와 상관없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며 “내 밥그릇 하나만 챙기자는 심정으로 이기적인 속기사가 되고 싶지도 않고, 자부심을 갖고 내 일을 사랑하는 법원의 속기사가 되고 싶다”고 호소했다.
박종남 서울중앙지부 조합원도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는 완전히 모순투성이다. 속기사 동지들은 법원에 들어올 때 전문직이라는 자긍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며 “투쟁으로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법원노조의 단결을 촉구했다.
류명자 대표 “속기 용역은 선의를 가장한 나쁜 정책”전국법원 소속 속기사 600명의 모임인 속기분과 류명자 대표는 이날 편지낭독을 통해 눈물을 글썽이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류 대표는 “속기 용역화와 관련해 일부 관리자들은 계약직 속기사들의 내부게시판 댓글달기와 1인 시위마저 감시하며 재계약을 운운한다는 말을 듣고, 이곳 법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들에게 몰인정하다 못해 비정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법원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이어 “이번 속기용역이 법원행정처의 주장처럼 늘어나는 속기업무량을 감당할 수 없어 취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구조조정이라는 밑그림에 계획된 선의를 가장한 나쁜 정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리고 머지않아 그 구조조정의 칼날은 다른 직렬에게도 들불처럼 번져나갈 것”이라고 법원행정처를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속기사들은 용역과 계약직의 설움도 잊은 채 법원의 한 구성원으로서 늦은 시간까지 법정과 사무실에서 충혈된 눈과 뭉친 어깨로 묵묵히 일해 왔건만, 우리가 그토록 반대하는 속기용역 도입에 대한 법원의 집요한 집착에 속기사들이 마치 가을걷이 뒤의 허수아비처럼 버려진 느낌”이라고 한탄했다.
또 “속기사로 일한 지난 10년 동안 법원에서 동료들과 함께 울고 웃었고, 힘들었지만 많은 시간 법정과 사무실에서 속기에 열중하던 소중한 시간들도 있었기에 제게 법원은 단순히 생계를 이어주는 곳 이상의 의미”라며 “그리고 그동안 근무한 10년보다 더 많은 세월을 법원과 함께 할 것”이라고 법원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류 대표는 “이제 우리 속기사들이 법원 내의 주변인으로서의 작고 힘없는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더불어 숲이 돼 이 법원에서 우리의 자리를 함께 지켜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법원행정처에 속기용역화 반대를 간절히 호소했다.
속기분과 권경희 신임 대표 “업무경감이라는 소리는 사탕발림”의정부지법에서 근무하며 최근 속기분과 신임 대표로 선출된 권경희 대표는 “속기사의 업무경감이라는 소리는 사탕발림이다. 법원행정처는 가장 기본적인 건강권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생각하는 법원의 미래에는 속기사가 없다”고 비판했다.
권 대표는 “법원행정처의 밑그림이 그렇다면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 속기사 600명은 적다면 적은 숫자이나 그래서 더욱 단결할 수 있다. 이 싸움은 길어질 수 있으니 절대 지치지 마라, 모두가 단결해 투쟁하면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이 될 것이다”라고 단결과 투쟁에 똘똘 뭉칠 것을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