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태우기정월 대보름에 액을 막고, 소원을 이루기 위해 마을마다 벌였던 달집태우기를 해왔다. 사진은 지난해 국립극장 문화광장에서의 달집태우기.
국립극장
보름달을 보며 한 해의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져
"부럼이 뭐예요. 지난번에 해남에 갔을 때 외할머니께서 '얘, 에미야. 이것 가져다가 보름에 먹어. 가을에 아버지가 너희 오면 주려고 곱게 챙겨놓은 부럼이여' 하시며 주셨어요. 저는 하얀 보자기에 싸인 게 무엇인지 관심 없었어요. 그게 정월 대보름날에 깨무는 부럼이었군요."
"응, 부럼은 딱딱한 껍질로 된 열매를 말하는데, 호두나 잣, 땅콩 같은 것들이야. 그리고 그것을 깨무는 것을 '부럼 깐다'라고 하지. 또 '부럼'은 '부스럼'의 준말로 피부에 생기는 종기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해. 요즘은 먹을 것도 다양하고 좋은 음식도 많아 부스럼이 나지 않지만, 내가 너만 했을 때는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보니 피부에 버짐이 많이 피었어.
근데 왜 하필이면 땅콩이나 호두 같은 열매를 부럼으로 이용했을까? 궁금하지 않아? 다 이유가 있는 거야. 땅콩이나 호두 같은 열매에는 그런 부스럼을 막아주는 영양소가 쌀보다 수십 배나 많이 들어 있어.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것을 미리 먹여 일 년 동안 피부병에 걸리지 않게 하려고 했던 거야.
또 정월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여러 가지 나물을 먹는 날이지. 오곡밥은 찹쌀, 찰수수, 팥, 차조, 콩을 다섯 가지 종류의 곡식을 섞어 만든 밥이야. 반찬으로는 묵은 나물을 삶아 먹었어. 가을이 되면 어머니들이 호박이나 가지, 시래기, 곰취 같은 나물들을 손질해서 겨울 동안 잘 말렸다가 대보름날이 되면 이 나물들을 삶아서 기름에 볶아 먹었지. 대보름날 묵은 나물을 먹으면 일년 동안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해. 사실 대보름날은 묵은 나물로 반찬을 해먹는 풍습은 겨울 동안 없어진 입맛을 되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풍습이야."
정월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여러 가지 나물을 먹는 날"네, 잘 알겠어요. 그런데 정월 대보름은 어떻게 유래가 되었나요? 추석과 설날 유래에 대해서는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셔서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정월 대보름에 대한 것은 잘 몰라요. 음력으로 1월 15일, 그러니까 다가오는 2월 9일이란 것밖에는 아는 게 없어요.""그랬구나. 어쨌든 끊임없는 너의 궁금증을 말릴 재간이 없다. 대보름날은 우리 민족의 밝음 사상을 반영한 명절로 다채로운 세시풍습의 하나로 전해 오고 있어. 중국에서는 이 날을 상원이라 하는데, 도교적인 명칭으로 '천관이 복을 내리는 날'이라 여기고 있어. 여기에 중원인 7월 15일, 하원인 10월 15일을 합하여 삼원이라 해. 이밖에도 원소절, 원석이라고도 하며, 일본에서는 소정월이라 하여 공휴일로 정해 명절로 삼고 있지.
말이 좀 어렵지? 적어 봐. '세시풍습' '천관' '도교' '상원' '중원' '하원' '삼원' '원소절' '원석' '소정월' 등은 집에 가서 백과사전을 찾아보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렴. 그러면 정월 대보름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거야.
대보름날에 행하는 각종 풍속은 전체 세시풍속 중 1/4이 넘을 정도로 풍부해. 정초의 설 풍속을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넘어. 이것은 정초 설과 대보름 명절이 우리 민속에서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이들은 상호 유기성을 가지기 때문에 정월 중에 많은 세시행사가 모여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