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재개발지역에서 철거민들이 5층 건물 옥상에 가건물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던 모습. 누가 과연 그들을 그 높은 곳으로 밀어올렸는가.
권우성
이번 용산 철거민 참사는 이러한 우리네 삶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냉혹한 '타자'들에 둘러싸여 섬처럼 고립되었던 그들이 건물 옥상 위에 지어 올린 '망루'는 자신들을 '철거민'으로 대상화하여 내몬 이 세상을 향한 처절한 절규이며, 생존의 마지막 몸짓이었다.
그럼에도 못들은 척 외면하다가 급기야는 법을 내세워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 땅의 사람들이 정말 무섭게 느껴진다. '예수불신지옥'이라고? 아니, 이런 일들이 일상처럼 일어나고, 이를 무심하게 넘기며 아무렇지 않아 하는 '타자'들이 숨 쉬는 이 땅이야말로 무시무시한 지옥이 아닐까?
겨울바람이 매섭다. 그래도 아침 운동 길에 본 나무들은 가지마다 꽃봉오리를 매단 채 봄준비가 한창이다. 이 꽃망울이 터질 때쯤 나는 설렘과 흥분을 안고 새로운 아이들과 또다시 새 학기를 시작한다.
이들에게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하나의 덩어리임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신음하는 이웃들을 옆에 두고 나만 혼자 행복해질 수는 절대 없음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의 '나'는 수많은 삶의 고비마다 '내 아픔을 알아준 또 다른 여러 명의 '내'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간증처럼 들려주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전국완씨는 현재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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