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난 2005년 시위 중의 농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중앙일보>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주장을 폈다. 2005년 12월 30일 <중앙일보>는 사설 "폭력시위와 과잉대응 고리 끊자"에서 "시위 진압 과정에서 농민 2명이 숨진 것은 불행한 사건"이라면서 "물론 농민들의 폭력시위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지만 인권 경찰을 표방해온 경찰 조직엔 큰 오점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이번 불상사의 원인이 폭력시위라는 점에서 경찰청장이 물러날 사안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인명 피해까지 있었다는 점에서 경찰의 최고 지휘권자인 청장이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불가피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당시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퇴가 온당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허 청장에 대해서도 "특히 (허준영 청장이) 이를 '검·경 수사권 조정 마무리' 등과 연관시켜 사퇴를 거부했던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질책하기까지 했다.
2005년 <중앙일보> 주장처럼 설령 시위가 과격했고 경찰청장이 직접 지시한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진압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생겼다면 경찰의 최고지휘권자인 청장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불가피"한 것이다. 더욱이 김석기 청장은 6명의 인명을 앗아간 살인적 진압을 승인한 인물이다.
그런데 왜 <중앙일보>는 김석기 청장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비이성적'인 일이라고 말을 바꾸는 것인가? 또 2005년 당시에는 청장의 사퇴가 "불가피한 일"이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경찰 총수가 여론몰이의 희생양이 되어 공권력 약화를 불렀다"고 비난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방송뉴스' 전리품 얻으려고 야만적인 정권 비호 나섰나
어떠한 명분으로도 경찰의 살인진압은 정당화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법 어디에 공무집행 중인 경찰이 마음대로 사람을 죽여도 좋다는 구절이 있는가? 하물며 이번 참사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경제 대통령' 시대에 '먹고살 길'이 막막해져 궁지에 몰린 약자들이다.
이들과 어떠한 대화나 타협 시도 없이,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 없이 대테러부대를 투입해 인명 피해를 낸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일선 경찰들을 살인진압으로 내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 것도 경찰 최고 책임자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물을 일이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정당한 법 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니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대놓고 김석기 청장과 이명박 정권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중앙일보>는 생존권 보장을 요구한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과격시위를 했으니 '죽을 죄'를 지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중앙일보>의 주장이야말로 망자들을 두 번 죽이는 망언이며 '합법적 물리력'인 공권력 행사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민주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야만'이다.
<중앙일보>가 '방송뉴스 진출'이라는 전리품을 받는 데 혈안이 되어 정권 비호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중앙일보>의 행태를 보면 '해도 너무 한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정녕 망자에 대한 예의조차 지킬 수 없는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산 철거민 참사 관련 28, 29일 중앙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입니다.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2009.01.29 20:1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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