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마을의 설날아침은 설원의 풍경이었습니다.
임윤수
잃어버린 길이 있었습니다. 이따금은 꿈에서조차 그리워하는 고향마을 산모롱이 길, 초등학교를 다닐 때 산막이라고 하는 이웃 동네에 살던 친구들이 등하교를 하던 길, 산막이에 사는 친구네 집을 가기 위해서는 종종걸음으로 다람쥐처럼 걸어야 했던 아슬아슬한 산모롱이 길입니다.
잃어버린 옛길, 걸어 줄 사람이 없어진 아슬아슬한 산모롱이 길강줄기와 산기슭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난 길이라 반듯한 신작로를 동경하게 하던 좁고도 울퉁불퉁한 산비탈 길이었고, 그 길을 매일 오가는 친구들이야 익숙했을지 모르지만 이따금 걷는 또래들에겐 무섭기조차 할 정도로 호젓한 산모롱이 비탈길이었습니다.
아주 가끔이지만 깎아 세운 듯 벼랑위에서 꼬마들을 얕잡아 본 다람쥐나 산토끼가 뒷발질로 굴리는 작은 돌이 굴러내려 놀랐고, 길 아래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저절로 바라보게 되는 시퍼런 강물에 어느새 오금이 저려오는 길이었지만 육지 속의 섬처럼 아무런 교통수단이 없던 산막이 사람들에게는 바깥세상을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