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갈대밭 전경
송진숙
전망대로 다시 올라와 노을을 기다렸으나 환상적인 일몰을 보기는 글렀다. 주변엔 구름들도 있었다. 차라리 일정을 조정하는 게 나을 듯 싶었다. 시내까지 걷기로 했다. 사진에서 봤던, 붉게 타는 환상적인 노을의 해넘이를 못본 것이 끝내 아쉬웠다. 시내까지 8Km 정도 된다 하니 걷자. 지방도로인데도 차는 쌩쌩 달렸다. 갓길은 경운기도로여서 폭이 제법 넓긴 했으나 중간에 갓길이 끊긴 곳은 달려오는 차가 무서웠다.
저녁 식사에 두번 놀라다1시간 반 가량 걸어서 시내에 도착했다. 몇 년 전 와서 새조개무침을 맛있게 먹었던 '고흥식당'을 물어물어 택시를 타고 찾아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을 닫았다. 택시기사님이 소개해준 기사식당에 갔더니 백반에 반찬이 20가지가 넘었다. 값은 6000원. 입이 떡 벌어졌다.
식당에서 소개해준 모텔로 갔다. 30000원이라기에 비수기인데 깎아달랬더니 초중고 축구부 학생들이 훈련와서 숙박업소들마다 방이 모두 찼단다. 할 수 없이 다 내고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깔끔하고 시설이 괜찮았다.
딸은 피곤한지 씻지도 않고 잠들었는데 난 왠일인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더워서 이불을 걷어도 깊은 잠을 들 수가 없었다. 20-30분마다 깬 것 같다. 문단속을 몇 번 확인했는지 모른다. 확인하고 또 하고. 그래도 불안했다. 몇 달 전 본 범죄영화 장면도 떠올랐다. 누군가가 문을 따고 들어올 것만 같다. 불을 켜놓자니 아이가 잠을 잘 못잘 것 같고.
오늘 세상을 떠도 아쉬울 것 하나 없다고 큰소리칠 때는 언제고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이 왜 이렇게 불안한지. 당당하게 집 나올 때의 호기는 어디다 저당잡혔는지.
남편한테 이 상황을 얘기했으면 뭐라고 했을까?
"이 사람아, 상대방도 보는 눈이 있을텐데, 걱정이 너무 심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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