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명절!남녀 모두가 즐거운 명절을 만들기 위해 여성민우회가 4년째 실시하고 있는 "웃어라 명절!" 캠페인 사이트.
여성민우회
정말 우리네만큼 귀소본능에 집착이 강한 민족이 또 있을까요. 물론 바다 건너 중국 사람들도 춘절(우리나라의 설과 같은 것으로 음력 1월 1일) 무렵이면 항상 귀성인파로 일대 소동이 벌어집니다. 때문에 외지로 돈 벌이 나갔다가 명절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수천만 명의 민공(民工)을 운송하는 이른바 춘운(春運)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됐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일제히 수구초심 하듯 꼬리를 잇지는 않습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지금의 정치는 사납기가 그지없는 승냥이 떼와 같고, 경제는 하나뿐인 단속곳에 구멍나듯이 남루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하지만, 벌써부터 뉴스에는 전국의 도로마다 고향을 찾아가는 차량의 물결로 부산해지고 있답니다. 특히 올해는 연휴가 겹치니까 일찍 귀향을 서두르는 듯하답니다. 길은 막히고 더디가도 마음은 벌써 고향에 닿아 있습니다.
수천만의 사람들이 일제히 수구초심 하듯 꼬리를 잇는 귀향길요즘은 한 붙이로 났어도 사는 곳 다르고 하는 일이 달라서 전국을 망라해서 흩어져 사는 형제, 가족이 많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 지 오랩니다. 그러니 평소에는 첨단정보통신의 도움으로 마치 지척 간에 사는 것처럼 데면데면하게 잊고 지내다가 명절 때면 으레 서로 만나지 않고는 못 견뎌 몸살을 앓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고향집 마당에 들어서면 씻은 듯이 말끔해집니다. 그런 까닭에 너도 나도 덩달아서 귀성 대열에 나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우리네 사는 멋입니다.
그러나 고향 가는 길이 열에 아홉은 다 좋아도 오직 한 사람, 며느리의 존재만큼은 그렇게 즐거운 것은 아닐 겁니다. 며칠 전부터 머리가 어질했을 겁니다. 아무 탈 없이 지내다가도 시집의 ‘시’자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얼굴이 흙빛으로 까매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며느리들이 시집을 꺼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명정증후군 때문입니다. 시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뜬구름같이 그냥 한번씩 다녀가는 시댁이 뭐 그렇게 어렵겠느냐고, 당신들만큼 너그러운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고 말씀하시며 섭섭해 하시겠지만, 며느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탐탁한 일은 아닙니다. 결혼 생활이 오래됐건 갓 시집을 왔건 간에 시집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형식을 앞세우는 집안이면 며느리들은 더 안타까워집니다.
며느리들이 시집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시집에 도착하자마자 며느리들은 부엌데기를 면치 못합니다. 모든 음식마련은 오직 며느리에게 맡겨버림으로써 시어머니는 냉정해지고, 시아버지의 무덤덤한 헛기침 소리에 며느리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더구나 감당하기 힘들만큼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수고한다는 말 한 마디 선뜻 건네지 않는 남편의 방관자적인 태도를 볼 때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며느리들이 시집에서 아들만큼 깍듯한 대접을 받는 존재는 못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