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깎는 어머니 옆에서 보조기구에 의지한 이창순씨가 과일을 먹고 있다.
김재경
그때만 해도 머리를 다치지 않았으니 걸을 수는 있겠지,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머니는 그의 곁에서 밥을 떠먹이며 그림자처럼 일거수 일투족을 도왔지만, 이 세상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지인이 이름까지 새겨서 수저와 포크를 만들어 왔다. 손바닥에 그 보조 기구를 끼운 채 라면 먹는 연습을 부단히 한 결과, 이제는 과일도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회사에서 조경 일을 하는 이석수(67)씨와 김영화(61)씨 사이에서 3남매 중 장남이며 위 아래로 누이가 있다.
러브하우스 주인공 그리고 도전그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수리고등학교 교사와 만났다. 수리고 교사는 “자신의 사연이 방송에 당첨이 잘 된다”며 그의 사연을 담아 러브하우스에 편지를 보냈다.
그의 집은 새마을동네처럼 낙후된 상태로, 좁아서 휠체어조차 맘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러브하우스에서는 낡은 담장을 헐어내고 길을 넓혀 휠체어 통로를 확보했고, 재래식 화장실과 부엌을 개조, 아담하고 예쁘게 꾸며 주었다.
그가 누워있던 침대에는 컴퓨터며 잡다한 도구들이 오밀조밀하다. 누워서도 리모컨으로 TV나 커튼, 조명이며 창문까지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런 최신 시설은 2001년도 러브하우스에서 설계해 준 것이라고.
방송이 나간 후 집구경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그는 붕 뜬 기분에 펜 카페 사람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직장을 구하려고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