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모습의 김삼순 씨그녀는 시장에서 만나는 누구와도 절친하다. 인심이 후한 까닭이다.
박종국
그렇게 시작한 김씨의 솔솔찮은 선행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껏 단 한번도 드러낸 적이 없다고 한다. 거저 주면 주는 것이지 대가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란다. 이렇듯 유어 슈퍼 아줌마의 남다른 선행은 시장 안에서도 자자하다. 얼핏 스쳐 지나는 사람도 꼭 눈인사를 하고 가는 것만 보아도 여실하다. 김씨가 바로 우리 시대의 천사가 아닐까.
"자꾸 오고가는 사람들 얼굴을 익히니까 장사하는 재미도 있어예. 내가 밥 먹고 사는데 내가 안 보태주면 누가 불쌍한 사람들을 보태주겠습니꺼. 우리 집에는 올 때 갈 때 없는 그런 사람들 밖에 안 옵니더. 크게 잘 살지는 못해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 행복합니더."그런 김씨. 정작 본인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옷 한번 사 입은 적이 없다고 한다. 딸내미가 입던 것, 남이 주는 옷을 있는 그대로 입는다고 한다. 순간, 콧날이 시큰했다. 내핍생활을 하는 데도 정도가 있다. 하지만 김씨의 옷차림은 유명 메이커는 아니어도 평소 엄마를 대하는 따뜻한 느낌이다. 누구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모습이다.
"지는 세상을 악하게 안 삽니더. 내가 조금 더 내면 되는 거지예. 세상에는 잘 난 사람도 많고 잘 사는 사람들도 많지예. 그렇지만 고생하고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입니더. 그런데 왜 정치하는 사람들은 맨날 싸워쌌는지 모르겠습니더. 열심히 살아도 모자랄 판에."김씨는 부모 덕을 모르고 살았다고 한다. 6.25 전쟁 때 태어나 공부 같은 공부도 해본 적이 없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동생에 넷이나 됐다. 그래서 김씨는 아버지께 '자기는 공부 안 해도 좋으니 동생들만큼은 공부시켜 달라'고 얘기하고는 그때부터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렇듯 지금의 김씨는 모아 놓은 돈은 없으나 가게를 유지하고 사니까 자수성가한 셈이다.
모아 놓은 돈은 없지만 가게를 유지하고 사니까 자수성가한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