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척척 다 고쳐드립니다. 28년 전통의 전파사
조찬현
전파사의 주인장(53. 남수평)은 이곳에 둥지를 트지가 28년째란다. 부품이 안 들어가는 전자제품의 간단한 수리는 거저다. 그냥 해드리면 어르신들은 손수지은 나물, 호박, 고구마 등의 농산물을 가져와 한사코 말려도 가져다주곤 한단다.
두부를 만든다며 믹서기를 구입해 가는가 하면 전기요 수리를 해가는 이도 있다. 부부는 잠시도 쉴 짬이 없다. 손님들은 아주머니가 더 잘 고친다면서 아주머니를 주로 찾는다며 어깨 너머로 배운 솜씨가 여간 아니라며 남씨는 아내를 추켜세운다.
'서당개 3년이면 천자문을 외운다'면서 자신 또한 기술을 배운 적은 고사하고 그 알량한 자격증 하나 없다고 한다. 그저 전자제품 고치는 것이 좋아 취미로 시작한 것이 밥벌이 수단이 된 것이다. 노모도 모셔야하는 처지이다 보니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이 일을 선택했다.
이곳 전파사를 찾는 이들은 주로 어르신들이다. 물건에 대해 묻고 또 묻고, 어르신들은 궁금한 게 뭐가 그리도 많을까. 어쩌다 약주라도 한잔 걸치고 찾아온 어르신은 정말 대하기가 힘들다고. 곁에서 지켜보니 웬만한 인내심이 아니고서는 어르신들을 일일이 상대하기가 결코 쉽지 않아보였다. '옛말에 장사꾼 똥은 개도 안 먹는다'더니 언뜻 그 말뜻이 이해가 되는듯했다.
아침 8시 30분경에 가게에 나왔다는 그의 아내는 오후 3시 무렵에 목이 쉬었다. 얼마나 말을 많이 했기에 그랬을까 싶기도 했지만,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답해주는 걸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하루 종일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다보면 지칠 법도 한데, 이들 부부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손님 맘 상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부부의 환한 미소가 정말 아름답다.
재물이라는 게 평등하기가 물과도 같다고 하더니, 자고로 사람은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인가보다. 지난 28년간의 숨은 노력이 알게 모르게 쌓여 어느덧 소중한 무게로 그들 부부에게 기쁨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그는 해보다 먼저 떠서 캄캄한 신새벽을 가른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