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7일. 동경과 서울의 물가비교
김동환
옆에 있는 표는 최근 일본과 우리나라의 생활 필수품 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생활 필수품 물가는 대략 일본의 0.7배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양국의 대졸 초임은 원화로 환산해 각각 2236만 8천원, 4442만 5천원으로, 우리나라는 일본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1인당 GDP비율로 봤을 때 한국의 대졸 초임은 높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 돈을 가지고 생활하기는 세계적으로 물가가 높기로 소문난 일본보다 훨씬 어려운 셈이다. 일본에 유학중인 대학생 김정은(27)씨는 "일본에서 물가가 높은 편인 도쿄에서도 아르바이트만 열심히 하면 학교를 다니면서 생활하는 데 거의 어려움이 없다"며 "체감 물가는 되레 한국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고물가는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위기와 맞물린 국제 유가 및 곡물가격 하락에도 물가가 거의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 지난해 7월 5.9%였던 물가상승률은 11월 4.5%로 1.4%포인트 내려가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미국은 5.6%에서 1.1%로, 일본은 2.3%에서 1.0%로, 중국은 6.3%에서 2.4%로 하락하는 등, 주요 선진국들의 물가 상승률은 작년에 비해 절반 이하의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작년에 많이 오른 후 가격이 내리지 않은 품목들은 식료품, 유류 등으로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다. 간장(24.6%), 된장(17.1%), 돼지고기(17.1%), 국수(42.6%), 우유(14.0%)등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으며 대표 서민 음식인 자장면이 13.1%, 짬뽕 11.6%, 피자 11.1%, 김밥이 17.0% 오르고 라면도 15.0% 나 올라 모두 10% 이상의 급등세를 보였다. 휘발유 값은 국제 유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12.4%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유는 31.8%, 액화석유가스(LPG)도 32.3% 올랐다.
높은 대졸 임금... 살 만하냐고?굳이 임금을 깎지 않아도 스스로 워킹 푸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20~30대 직장인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워킹 푸어(working poor)는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에 상관없이 풀타임으로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고 병원 입원이나 실직 등의 문제만 생기면 곧장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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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은 20~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자신이 일하는 빈곤계층인 워킹 푸어에 속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을 진행했다. 이 질문에 설문에 참여한 919명 중 65.2%가 '예'라고 응답했다.
이들이 스스로를 워킹 푸어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이 적어서'(37.7%)였고 두 번째로 큰 이유는 '생활비가 빠듯해서'(15.9%)였다. 서울에 사는 대졸 직장인 1년 차인 조상규(27·가명)씨는 "연봉이 2200만원 정도인데 부모님이 지방에 계셔서 서울에서 혼자 살려면 빠듯한 수준"이라며 "(연봉에 비해)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대졸 직장인 1년차 이인희(25·가명)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연봉은 1950만원으로 업계에서는 보통 수준이지만 대학 학자금 대출 갚으면서 생활하려면 거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 이씨의 말이다.
'경제대통령'은 어디로 갔나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으로 연간 6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작년 한해 동안 만들어낸 일자리는 고작 7만 7천개. 7.2%의 청년 실업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2008년 11월 청년 실업률은 0.3% 줄어든 6.9%에 그쳤다. 그리고 이제는 물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그저 고용 진작을 위해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을 줄이자고 말하고 있다.
애당초 국민들이 '경제대통령'에게 기대했던 것은 이런 '꼼수'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도 최소 30만개 정도는 감당해낼 복안을 가지고 있으니까 연간 60만개의 일자리를 약속했을 것이리라. 부디 이 대통령이 이제는 이런 '장난' 그만 치고 '경제대통령'의 진면목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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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도 많이 받는데 살 만하지 않냐고? 대졸 신입이 순순히 초임 깎아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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