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나니 해고...비정규직은 슬픕니다

대기업 사내하청인 처제 남편, 사고나자 회사로부터 계약 해지 당해

등록 2009.01.16 21:36수정 2009.01.1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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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같은 동네에 사는 처제 남편이 다쳤습니다. 대기업 사내 하청에 임시직으로 다니던중 교통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그날 오후 5시 작업을 마치고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퇴근하던 중이었습니다. 한 삼거리에서 정지 신호를 받고 있다가 파란등이 켜져 출발했는데 신호를 무시한 여성 자가 운전자 승용차가 와서 들이 받아 버렸습니다.


작은 오토바이는 넘어지고 튕겨져 나가 몇바퀴를 구른 다음 쓰러졌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정신 차려보니 병원이었다고 합니다.

"동생 남편이 교통사고 나서 울산대학병원에 입원했어. 당신도 차 조심해 다녀."

아내에게 문자가 와서 전화했더니 하루 전 그렇게 교통사고 당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고 후 퇴근하고 병원에 도착했을 땐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에 붕대로 칭칭 감겨져 있었습니다. 얼굴에도 타박상이 심하게 나있었고 팔꿈치 쪽이 뼈가 으스러져 접합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형님, 오늘 업체 소장이 다녀갔는데 12월 말일부로 계약해지 된다네요."

대기업 사내하청에 임시직으로 다니고 있었는데 참 매정하게도 교통사고에 대한 걱정은 못할망정 계약해지 통보하러 오다니 뭔 사람들이 몰인정한지 모르겠습니다. 본래 내년 2월 말일까지 다니도록 되어 있는데 사고나는 바람에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다친 것도 억울한데 이게 무슨 맑은 하늘에 날벼락인지요.


"대학병원서 수술환자 밀렸다고 일반병원으로 옮기라 해서 동네 개인병원으로 옮긴데."

며칠전 퇴근해 저녁 먹는데 아내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여러가지 일로 바빠 못가다가 오늘 옮긴 병원으로 동서를 찾아 가보았습니다. 한 달 전보다 많이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정살이에 대한 걱정은 여전히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교 1학년 여식, 초등 4학년 여식, 이제 돐지난 자식 등 다섯 식구 먹고 살아야 하는데 걱정도 많이 될거 같습니다.


"고용보험은 어떻게 타먹는 거예요?"

내가 들어서자 마자 생계 걱정 때문인지 고용보험에 대해 먼저 물어 보았습니다. 나는 본인이 직접 찾아가는 게 좋겠다며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나는 왜 벌써 대학병원서 일반병원으로 옮겼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수술 환자가 많이 밀려 있데요. 병실이 모자라 수술후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물면 대부분 일반병원으로 보내는게 관례인가 봐요."

여기저기 상처를 살피니 다행히 잘 아물고 있었습니다. 다친 팔꿈치에는 보철로 고정 핀을 박아 두었다고 합니다. 아직 오른쪽 목 부근이 뻐근하고 오른쪽 발 등에 통증이 심하다고 합니다. 팔꿈치 상처는 다 아문 듯한데 세수할 때 손이 얼굴에 닿지를 않는다고 합니다. 팔 운동을 지속하는데도 심하게 다쳐 그런지 아직 비정상적인 동작을 했습니다.

"오히려 잘 된건지도 몰라요. 작년 말에 400여명이나 쫓겨 났잖아요. 동서도 계약직이라 언제 잘릴지 모르는 일이고 하니..."

나는 동서에게 그렇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으나 진짜로 잘된건지 안된건지 모르겠습니다. 불행중 다행이라 해야 하나요. 다행중 불행이라 해야 하나요. 동서는 이번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가 심하게 다쳐 어느 정도의 노동력 상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경제가 어려워지니 다 났는다해도 일자리를 찾을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업친데 덥친 격입니다.

나도 비정규직 노동자로 다니는데 비정규직 입장에서 보니 교통사고도 남들보다 더 많이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손해가 많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동서가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교통사고 #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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