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일출봉
전용호
내게 길을 열어주지 않은 야속한 한라산새벽 4시 반 기상. 오늘(1월 10일) 한라산에 올라갔다가 고흥 녹동으로 돌아가려면 서둘러야 한다. 5시 반까지 아침을 먹고 호텔 앞으로 나왔다. 기사님 얼굴이 미안한 표정이다. 오늘 산에 못 간단다. 눈이 너무 내려서 한라산 가는 모든 도로가 통제되었단다. 지금도 눈이 내린다.
기사님께서는 꼭 산에 가고 싶으면 700미터 정도 되는 오름에 올라가는 것도 괜찮겠느냐고 추천을 한다. 근데 지금은 5시 반. 잠시 쉬었다가 7시에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어쩌겠어. 겨울 한라산은 나와 인연이 없는가 보다.
호텔로 들어가 쉬었다가 7시에 다시 나왔는데, 중산간도로도 통제되어 오름도 가기 힘들단다. 좌절! 그럼 일출봉은? 그쪽은 눈이 얼마나 왔는지 모르겠지만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단다. 어떻게든 산 구경이라도 해야겠다.
가자! 일출봉으로제주 시내를 엉금엉금 빠져나오니 해안도로는 의외로 눈이 쌓이지 않았다. 한라산에 눈을 다 쏟아버려서 그런가? 자꾸만 한라산으로 눈길이 간다. 하지만 보여주지도 않는다. 야속한 산.
모자를 엎어 놓은 것 같은 분화구. 성산 일출봉은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자랑스러운 표지를 하였다. 많은 등산객들이 한라산 대신 일출봉으로 모였다. 하지만 입구에는 무척 불만에 찬 소리가 들린다. '서울에서 비행기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한라산도 못 올라가게 하고, 일출봉도 못 올라가게 하면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