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회원들이 국토해양부가 경인운하를 밀실에서 추진하고 있다며 규탄 현수막을 들고 있다.
권우성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이들의 원만한 집회 진행을 방해했다. 연설하는 사람들의 입이 덜덜 떨렸고, 거센 바람 때문에 들고 있던 펼침막이 사람들 몸에 딱 달라붙었다. 손에 들고 있던 피켓이 날아가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집회 내내 "경제성 부족하고 환경오염 대책도 없는 경인운하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오늘 오후 2시에 굴포천 사업추진단의 명칭을 경인운하 건설단으로 바꾼다 한다"며 "경인운하는 이미 경제성과 타당성 문제로 백지화됐는데 갑자기 다시 착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처장은 "15년 논란을 거쳤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다시 살아나고야 말았다"면서 "우리의 오늘 집회가 경인운하, 더 나아가 한반도 대운하를 막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복현 환경정의 국장은 "경인운하는 날이 이렇게 추워도 나와 반대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면서 "경제성도 없고 혈세 낭비만 초래하는 운하사업은 절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정 서울환경운동연합 간사는 "경인운하는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경인운하 건설 얘기가 나오자마자 서울시에서 환영 입장을 발표했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단 것이다. 경인운하는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시민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동안 경제성이나 환경성 문제로 지지부진하던 경인운하를 밀실에서 추진하고 있다.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멸종위기종과 희귀종이 서식하는 장항습지도 파괴되고야 만다."
참가 대표들의 발언이 얼추 마무리되자 참석자들이 "노래 하나 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이 선택한 노래는 투쟁가 대신 동요('파란마음 하얀마음')였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예요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파아~란 하늘 보고 자라니까요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겨울엔 겨울엔 하얄 거예요산도 들도 지붕도 하얀 눈으로 하얗게 하얗게 덮인 속에서깨끗~한 마음으로 자라니까요"운하 찬성 주민들 "환경단체 자폭하라"이들이 막 노래를 끝내고 구호를 외칠 무렵인 오후 2시 11분, 검은색 자동차가 이들 앞을 쏜살같이 지나갔다. 뒷자리에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정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현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 제지에 막혔다. 이들은 계속 구호를 외치며 자리를 지키다가 "오늘은 투쟁의 시작이다, 3월 착공을 목숨을 걸고 막자"면서 해산했다. 경찰들과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