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의 평택 팽성읍 대추리 황새울 들판.
박상규
최근 한미 양국은 오는 2016년 상반기까지 용산기지와 미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을 완료한다고 합의했다. 애초 2008년 이전에서 2012년 이전으로 연기됐고, 이후 계속 뒤로 밀렸다. 일각에서는 2016년도 장담할 수 없다고 예측하고 있다.
미군 이전이 계속 늦춰지고 있는 평택을 지난 7일 찾았다. 미군의 평택 이전이 계속 늦춰지면서 팽성읍 일대는 지금 그야말로 '올스톱' 상태다. 미군들 상대로 임대사업을 하려는 주택 신축은 중단됐고, 그나마 있는 집은 내국인들이 입주해 임대업자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미군기지 햄프 험프리 바로 옆에 있는 팽성읍 안정리에는 2004년부터 들어선 다가구주택 760채가 있다. 개별적으로 따지면 2500여 가구가 넘는다. 거의 대부분 '2008년 미군 이전'을 철석 같이 믿고 임대사업을 위해 지어진 것들이다. 그러나 미군 이전이 연기되면서, 임대사업은 꽁꽁 얼어붙었다.
미군 없는 주택 임대업 "차라리 서울에서 투기를 했으면..."그 때문에 안정리에서 나고 자란 황영우(54·가명)씨는 요즘 "피가 마를 지경"이라고 했다. 황씨는 지난 2004년 자기 돈 7억원과 은행대출금 2억원을 합쳐 32평짜리 여섯 집인 다세대 주택을 지었다. 미군 상대로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보통 미군에게 32평 집 한 채 임대하면 월 120만원 정도를 받는다. 황씨는 "최소 월 700만원, 연 8000만원 이상 수입을 예상하고 투자했는데, 지금은 한달에 고작 200만원 벌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이 없어 내국인에게 보증금 500만원에 월 50만원으로 네 집을 임대했기 때문이다. 황씨는 "이 동네는 미군을 위해 지어졌는데도, 입주자 70%가 내국인이다"며 "교통이 안 좋아 내국인들에게는 월세로 50만원 이상 받기도 어렵고, 그나마도 빈집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정리에는 'Room for rent(세 놓습니다)'라 적힌 간판과 현수막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마을'이나 '동네'라는 이름 대신 골목 입구에는 "Village"가 적혀 있다. 부동산 업체에도 "Best Service, Highest Value" 등의 영어가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