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들의 세금이 국가 예산에 포함되어 있는데도 재분배 정책을 하지는 못할망정 형평성에 정확히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올바른가?"
이중현
- 정부 예산이 토목건축 사업 등 SOC 분야에 집중되는 문제와 함께 지적되는 것이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떠받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인데.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다가 부동산 가격 하락이 계속되자 무리한 부양책을 남발했다. 서로 아귀가 안 맞았다. 한쪽에서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준다고 시장을 교란하면서 집값 하락을 막으려 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도시계획상의 중장기적인 계획도 없이 그린벨트를 갑자기 풀어서(9·19대책) 시세의 85% 수준인 보금자리 주택을 보급하겠다고 했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 정말 집값을 하향 안정화시키려면 부양책을 쓰지 않으면 된다.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다. 부동산 거품이 일어서 2~3배씩 뛸 때는 무주택자가 상대적인 부를 가만히 앉아서 착취당하게 된다. 주식은 사지 않으면 손해보지 않는다. 주식과는 달리 주택은 생활 필수재이기 때문에 반드시 구입하지 않아도 어떤 형태로든 활용할 수밖에 없다. 집을 사지 않고 전세에 살고 있더라도, 집값이 오르면 전세값도 따라 오르지 않나. 가장 비싼 재화에 속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경제적 충격도 크다."
-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실물경제 침체가 예상되는데 공공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 "개발 거품에 의해 경제성장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 지금 경제 위기 구조를 가져온 건 부동산 거품(버블)이다. IT·카드채·부동산 버블을 버텼는데, 또 버블을 만들어 성장할 수는 없다. 이런 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든 버블을 유지해서 끌고 가려고 하는데, 이는 가능하지 않다. 한국 경제가 골병 든다. 아직까지 우리 경제가 파탄 날 시기는 아니기 때문에 재정지원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부동산 거품은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자산시장의 가격조정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시장에 맡겨서 거품이 빠지는 것이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 봐서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억지로 거품을 떠받치려는 지금의 방법은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겪을 고통의 총량을 훨씬 키우는 것이다.
일본의 버블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버블을 막기 위해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기준금리를 낮췄다. 우체국 연금 등을 동원해서 주식을 매입했다. 외국 투자자들은 이를 PKO(Price Keeping Operation)라고 조롱까지 했었지만, 버블을 막지는 못했다. 건설부양이라는 정부의 재정 호흡기로 숨만 쉬는 좀비 기업들만 많아졌다. 결국 업계 전체가 동반 부실해 지고 10년간 장기 불황을 겪다가 97년에 제2차 경제위기를 불러 일으켰다."
- 우리도 그런 일본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는 뜻인가?"지금도 계속 (좀비 기업이) 생겨나고 있는데, (정부는) 이 좀비 기업을 계속해서 살려내려 하고 있다. 110여개의 기업들을 검토해서 퇴출한다는데 그것만으로 끝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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