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좀 살아날 기업들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일정한 원칙과 기준을 정해서 지원을 해준다면 모를까.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에 대한 재정지원은 안 하면서 건설업체들에 몰아주는 것은 한 마디로 특혜이고, 정말 불공정한 경제다."
이중현
- 일각에서는 파산 위기에 처한 건설업체를 살려야 실업자 양산을 막을 수 있고, 또 건설업체에게 구조조정을 할 시간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데."토목건설 산업은 비중도 클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기득권 구조의 핵심이다. 거기에서 우리 사회의 음성적인 불법·부패 자금들이 거의 대부분 생산됐다. 부정·부패 사건의 절반이상이 건설업을 매개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끊임없이 토건 사업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려는 온갖 논리들이 횡행하고 난무한다.
생각해 보자. 지금 건설업체만 파산하나? 중소기업· IT업체들은 파산 안 하나? 자영업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 비중이 굉장히 높아졌는데, 사실 그들이 숨겨진 실업자다. 그런 사람들은 왜 지원 안 하나? 저소득층이나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왜 지원 안 하나? 경기 부양은 그 사람들의 경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닌가? 바로 직접 지원하면 되는데, 왜 늘 건설업체만 먹여살리는 구조로 가는 것인가? 이래서는 과거에 매몰될 뿐이지, 미래를 열 수 없다."
-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해도 그 규모와 내용이 문제인데?"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붐이 불면서 건설업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건 뭐 그렇다고 치자. 이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건설업체들 수가 그만큼 줄어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구조조정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건설업체들이 부도난다고 하지만 제대로 큰 업체 중에 쓰러진 업체가 있었나?
업계 전체로 보면 '대마불사' 논리다. '큰 비중을 차지하니까 얘들은 먹여 살려야 해.' 이게 말이 되나? 일정하게 구조조정이 일어나게 하고, 옥석이 가려지고, 시장에서 퇴출될 기업들은 퇴출시켜야 한다. 그 다음에, 정말 좀 살아날 기업들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일정한 원칙과 기준을 정해서 지원을 해준다면 모를까.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에 대한 재정지원은 안 하면서 건설업체들에 몰아주는 것은 한 마디로 특혜이고, 정말 불공정한 경제다."
- 어떤 경기부양이냐가 중요한 것 같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 등의 예를 들고 있는데, 우리와 어떤 차이가 있나?"일본은 이름부터가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생활대책'이다. 토건사업이 거의 없다. 중소기업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돌리거나 정규직을 해고하지 못하도록 지원하고, 서민들의 공공요금 인상을 안 하기 위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거다.
일본은 90년대 초중반 버블 붕괴 과정의 고통을 겪고 나서 깨달은 게 있다. 당시 한해 전체 예산의 총액과 맞먹는 액수(72조엔)를 3년 동안 경기부양책으로 토건사업에 쏟아 부었지만, 경제 성장률은 0%대였다. 결국 버블 붕괴를 막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그래서 이번엔 토건사업을 경기부양책으로 편성하지 않은 것이다."
- 미국은 낡은 도로, 교량 유지·보수 등 SOC 분야에 대한 예산을 지출하기로 했는데."미국의 버락 오바마는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낡은 도로·교량 등 시설물을 유지·보수하고, 건강보험과 관련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강력한 인터넷망을 만들고, 21세기형 도서관·교실·실험실 등을 짓는다는 거다.
(오바마의)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우리처럼 '4대강 정비'라는 토목사업을 녹색뉴딜이라고 포장한 것과 다르다. 당장의 경기부양도 노린 거지만 한편으로는 미래에 나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에 어차피 투입할 돈을 앞당겨서 쓰는 것뿐이다.
유지보수 사업은 토목사업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필요하니까 하는 거다. 필요 없는 4대강 정비나 전국 일주 자전거도로, 왜 필요한지 사회적으로 합의조차 되지 않은 중소 댐 건설과는 다르다. 미국 사회기반시설은 오래 됐다. 그런 것들을 제때 유지·보수 해주지 않으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상태가 나빠진다. 실험실이나 도서관·교실 등을 짓는 것도 지식정보화 시대에 아이들의 창의적인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에 투자하는 거다."
"이명박 서울시장 행정은 굉장히 부풀려져 있다"- 결국 건설회사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의 성향과 연관이 있다고 보나."그렇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행정은 사실 굉장히 부풀려져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건설업체들에게 공사를 발주하면서 일괄입찰 방식(turnkey system·턴키)을 주로 이용했다. 이 방식은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는 재벌들로 하여금 경쟁 대신 담합을 야기하는 단점이 더 크다. 서울 지하철 7·9호선, 청계천 복개공사, 각종 아파트 건설 등을 추진하면서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기 위해 공사비를 적정가보다 30% 이상 낭비했다.
청계천 복개공사의 경우는 3000억원에 할 수 있는 공사를 4000억에 수주했다. 동남권 유통센터도 7000억원에 가능할 것을 1조원씩이나 들였다. 은평뉴타운처럼 주택을 턴키로 발주 한 것은 이명박 서울시장이 거의 처음이다.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려고 세금을 낭비한 것이다. 이런 일을 전국 차원에서 확대·재생산하려는 것이다."
- 지자체는 보통 공사비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건설업체에 적정가보다 30% 더 비싸게 공사비를 지출했다는 것인가?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은."내가 볼 때는 없다. 당시 재벌건설 그룹에게만 퍼주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이번 '녹색뉴딜'도 민자사업으로 7조여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는데, 상위 10대 건설재벌을 살찌우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건설업체 간의 담합을 묵인·방조하고, 심지어 부추기면서 조장하고 있다.
상위 10개 건설재벌들은 담합을 하다보니 형식적인 가격 경쟁도 안한다. 한 해 SOC를 위한 70조원 예산의 20%를 건설업계에 불필요하게 퍼주고 있다. 이런 식의 거대한 기득권 구조를 누구도 모르고 있다."
- 그럼 이 대통령이 건설재벌 그룹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말인가?"로비라기보다는…. 이 대통령이 건설업계의 이러한 구조를 모를 리 없다. (이러한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비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이는 말도 안 된다. 전체 예산을 놓고 볼 때 지난 부동산 버블 때 희희낙락했던 토건업체를 돕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래서 부정부패도 양산되고 예산도 낭비된다. 복지냐 성장이냐를 택일하는 문제가 아닌데, 안타깝다."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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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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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때 건설재벌 퍼주던 MB 중소기업·자영업자는 왜 지원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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