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냉동상회 최홍씨하루 종일 추운 날씨에 생물을 만지느라 예순여섯 연세의 최홍씨 손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런데도 그분은 웃는 얼굴이다.
박종국
어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내고 지난 40년 동안 한결같이 장사를 해 온 형제냉동상회 최홍(66·마산시 오동동)씨의 지론이다. 때마침 녹녹하게 마른 코다리 사려던 아내가 만원어치를 주문한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큼지막한 걸로 네 마리나 골라준다.
"다른 가게 같으면 잔챙이로 네 마리 파는데, 아저씨 덤으로 주신 거 아녜요?"하며 아내는 고마운 듯 사뭇 반겼다.
그런데 우리 부부에게만 그렇게 후한 게 아니었다. 막 제수거리를 사려온 아주머니에게도 토렴하듯 조기를 한 마리 더 얹어주었다. 그러면서도 최씨는 연방 환한 웃음을 띠었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세상을 믿고 살아야지요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 온종일 추운 날씨에 생물을 만지느라 예순여섯 연세의 최홍씨 손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런데도 그분은 웃는 얼굴이다. 한참을 곁에 섰는데도 전혀 변함이 없는 모습이다. 어느 손님한테나 반갑게 맞이하고, 또 필요한 것 이상으로 생선 한 마리 더 얹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게 바로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인심이 아닐까. 요즘 세상에 저런 분이 또 있을까? 아무리 시장경기가 냉랭하게 얼어붙었다 해도 최홍씨만큼만 자기 하는 일에 신실함을 가진다면 그까짓 경기부양정책이 뭐에 필요하단 말인가. 세상을 탓하기보다, 끝 모르게 추락하는 경제사정을 한하기보다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경제를 살려내는 비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