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읍성 부근의 초가집
조찬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할아버지, 기찻길 건널목, 간간이 보이는 전원주택, 눈길 닿는 모든 것이 다 아름답다. 이름 모를 마을 앞의 정각을 지키는 느티나무와 다랑이 논의 풍경들에 취해 멈춰서길 반복한다.
낙안자연휴양림 길은 굽이굽이 물결모양으로 흘러간다. 낙안면사무소 건너편에 쌓아놓은 이색적인 돌탑이 여행객의 발길을 붙든다. 작은 돌멩이를 촘촘히 쌓아올려 맨 꼭대기의 자연석에 얼굴을 새겨 놓았다. 자연석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다. 물끄러미 바라보다 돌멩이 하나하나에 석공의 정성과 혼이 서려 있는 듯해 가슴이 뭉클해진다.
낙안읍성 성곽을 따라 돈다. 한 소녀가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성곽 위를 총총히 걸어간다. 초가집 뒤란의 나목에는 바싹 말라비틀어진 하늘수박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다. 차는 낙안읍성을 지나 오르막길을 거슬러 오른다.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 수십 마리가 무리지어 차 앞을 위태롭게 스쳐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