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에서 최우철여름제주자전거여행과 매월 한 번씩 진행된 자전거여행을 한 번도 빠짐없이 참가하면서 자전거여행의 묘미를 알게되었다.
최성
현재시각 7시 20분, 헬멧을 쓰고, 장갑도 끼고, 두툼한 장갑도 꼈다. 드디어 겨울 제주도에 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을 안 가서 좋긴 하지만, 그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런 제시간에 도착 못해서 배를 놓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자전거를 탔다. 8시 32분정도 퀸메리호 탑승. 박용 선생님과 합류하고, 최보라 선생님도 만났다. 최보라 선생님도 같이 가려고 했지만 자동차를 렌트하여 가기로 했단다. 아우! 부러워라.
1시쯤, 드디어 제주항이 보인다. 이름하여 hell gate라고나 할까? 여름에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바람이 너무 많이 불면 한 시간에 5km도 못 간다고 한다. 1일째가 힘들고, 날도 빨리 깜깜해져서 ‘마린펜션’이라는 곳에서 잤다. 김치찌개에 맛있는 밥을 먹고, 친구들과 놀다가 허무하게 자버렸다.
다음날은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일단 밥부터 먹고 씻어서 정신을 차렸다. 아직은 밖이 깜깜하여 출발하지 못하다가 7시가 다 되어서야 나갔다. 이런이런 바람이 장난이 아니구려. 역풍이 아니라서 다행이지 역풍이 불었더라면, 다행이 옆에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바람이 매우 거세서 넘어질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는 길에 문제 발생, 내 타이어에 펑크가 난 것. 갈아야 했다. 모슬포 대정으로 가면 자전거수리점이 있어서 최소한 대정까지는 가야했다. 일단 수습하고 출발, 하지만 또 펑크, 펑크, 이럴 수가. 시간이 많이 촉박해져서 대정에 가서 타이어를 갈아 버리고 다시 출발했다. 간신히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근처숙소에서 잤다.
다음날은 한라산을 가야한다. 드디어 겨울 한라산에 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없구나. 하지만 힘들어도 멋진 겨울 한라산의 풍경에 힘든 것도 한라산의 뽀얗게 쌓인 눈이 녹듯 사라지려고 하는 순간, 정상에 올랐다. 상고대가 엄청나게 길었다. 헉! 이런 일이, 상고대가 학의 날개처럼 아주 길고 예뻤다. 한라산 등산을 마치고 나니 너무 피곤했다. 하지만 저녁에 최보라 선생님께서 시켜주신 치킨을 먹고, 모두 골아 떨어졌다.
4일째, 목표장소는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우도가 있는 성산까지 가야했지만 시간이 부족한 탓에 성산을 20km남겨둔 채 숙소를 잡고 쉬었다.
다음날, 성산에 일찍 도착해보니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마라토너들을 보며 우리는 연신 파이팅을 외쳤다. 마라토너들도 우리를 응원해 주셨다. 섭지코지, 성산일출봉을 오르고 나서 조금 더 가서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현재 5시, 제주항에 도착했지만 이게 웬일인가? 배를 놓치다니. 마른 하늘에 벼락, 아니 돌 맞은 기분이었다. 어쩔 수 없기 때문에 근처에 숙소를 잡고 저녁으로 국밥을 먹었다. 선생님 말씀이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배를 타야 한단다. 우리는 어쩌겠거니 하면서 숙소에서 잤다. 금요일 날 선약으로 인해 먼저 가신 박용 선생님의 20만원이 아니라면 어쩔 뻔 했는지 모르겠다.
아침 6시, 어김없이 일어나 가방을 싸고 출발했다. 퀸 메리호가 아닌 다른 배를 타고 말이다. 2등 객실이 우리 방이라 우리만 사용하여 그냥 편안히 쉬었다.
뭐니뭐니해도 제주도 자전거여행의 가장 큰 실수는 배를 놓친 것이었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우정도 더 돈독해진 것 같고, 소중한 경험을 쌓아 더 좋은 여행인 것 같았다. 나에 대한 책임감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욱 더 많아진 것 같아 더 좋았다. 1월 중순에 다시 갈 것 같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아이들을 놀게하게 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초등학교교사. 여행을 좋아하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빚어지는 파행적인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