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해장국담백하고 깔끔하면서 시원한 황태해장국은 한 끼 식사로도 해장국으로 일품이다.
박종국
일화에 의하면 명태는 조선조(인조 때 쯤) 함경도 관찰사(민 모씨)가 명천군(明川郡)에 초도순시를 했을 때 반찬으로 내놓은 생선이 담백하고 맛이 좋아 그 이름을 물었더니 명천에 사는 태(太)씨 성의 어부가 처음으로 잡아온 고기라는 주민들의 말을 듣고 명천의 명자와 태씨 성을 따 명태(明太)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명태는 알래스카 연안으로부터 오호츠크 해를 거쳐 일본 북해도 지방의 구시로 해역을 지나 우리나라 동해를 돌고 도는 한류성 회유어족이다. 명태는 여러 가지의 세분된 이름을 갖고 있는 재미있는 고기다. ‘생태(生太)’, ‘동태(凍太)’, ‘냉동태’(冷凍太), ‘원양태(遠洋太)’, ‘북어’(北魚), ‘선태’(鮮太), ‘건태’(乾太), ‘춘태’(春太), ‘황태’(黃太), ‘왜태’(特大), ‘애기태’, ‘막물태’(맨 나중 어기에 잡힌 작은 명태, 함남), ‘은어바지’(초겨울에 도루묵 떼를 쫓는 명태를 가리킴), ‘섣달바지’(함남), ‘더덕북어’(서울) 등 우리에게 낯익은 만큼 불러지는 이름도 여러 가지이다.
명태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는 재미있는 고기다명태는 지방에 따라, 잡는 방법에 따라 별명도 많은데, 먼저 유자망으로 잡은 것은 ‘그물태’ 또는 망태(網太)라고 하며, 연승으로 잡은 것은 ‘낚시태’, 겨울에 나는 것은 ‘동태’(凍太), 3∼4월 봄에 잡히는 것은 ‘춘태’(春太), 산란을 한 명태가 살이 별로 없어 뼈만 남다시피 한 것은 ‘꺾태’, 노가리(부산)는 ‘앵치’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 많은 명태가 다 다른 종류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불려지는 명칭일 뿐 명태는 바다에서 서식하고 있는 같은 물고기다.
이 밖에도 생태 배를 가르고 내장 제거하고 꾸들꾸들 반(半)건조한 명태를 ‘코다리’라고 으로 부른다. 코다리라는 이름은 속초에서 지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명태 코를 줄로 꿰어 몇 마리씩 팔기 좋게 묶었다 해서 ‘코다리’라고 불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명태 코를 묶은 게 아니라 명태의 입을 꿰뚫어 잡아맨 것이니 '입다리'라고 해야 더 맞을 판이다.
코다리가 나오기 전에는 굴비 엮듯이 명태의 몸통을 짚으로 엮어 내다 팔았다. 그때 이름은 '엮걸이'라고 했다. 때문에 엮걸이는 '엮어서 걸어 맸다'는 뜻이고, 코다리는 '코를 꿰어 달아맸다'는 걸로 한정해도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다.
왜 이렇게 명태 얘기가 장황스러운가. 술꾼들이 으뜸으로 추천하는 해장국은 무얼까. 식성과 숙취해소 경험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복국과 선지해장국, 콩나물해장국을 최고로 꼽는다. 그렇지만 필자는 황태해장국도 그 반열에 올리고 싶다. 그래서 황태해장국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황태는 어떤 족속인가. 황태는 동태를 한겨울 서너 달 동안을 적당한 바람과 영하의 날씨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여 만들어진다. 일명 ‘노랑태’다. 황태는 하늘의 도움을 톡톡히 받으면 속이 푸들하고 통통해진다. 그래서 최상품 황태는 찜을 해도 좋고, 구이도 먹어도 좋다. 해장국으로도 더 없이 좋다. 황태가 해장국으로 좋은 이유를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된다. 속 풀이 숙취해소에 어디 황태해장국만한 게 있을까?
속 풀이 숙취해소에 어디 이만한 게 있을까?대부분의 술꾼들은 해장을 하는 데는 복국이나 선지해장국, 콩나물해장국을 으뜸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황태해장국도 버금가는 해장국이다. 속을 풀어주는데 으뜸일 뿐만 아니라 체력 보강에도 좋다. 사실 필자는 곤죽이 되도록 술을 마신 다음날 직접 황태해장국을 끓인다. 나만의 비법을 터득하게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