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부산에서 남해까지 가면서 자동차 매연 걱정 없이 다녔다. 한가한 지방도나 해안도로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대홍
지난해 가을 자전거를 타고 부산에서 경남 남해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다닌 길은 대부분 지방도와 이름없는 해안도로.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넓은 길을 세 낸 것처럼 다녔다. 지지난해 서울서 경남 거창 갈 때도 마찬가지. 추석을 맞아 고속도로엔 자동차가 밀린다는 뉴스가 이어졌지만 내가 달린 지방도와 2차선 국도에선 자동차를 보기 힘들었다.
이런 몇 차례 경험을 통해 확인한 바는 전국엔 노는 길이 많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흙길, 둑방길 등 비포장길 중에서도 자전거가 달릴 만한 길이 많다. 이런 길을 잇고 이어서 자전거길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부산-남해 여행은 그 생각을 확인하고자 함이었고,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전국 큰 강과 지류를 여러 해 동안 다니며 자전거지도를 만들어온 오수보 '자전거21' 사무총장도 이미 있는 길을 이용해서 충분히 자전거길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자전거 천국인 유럽에서 이미 하고 있는 '유로벨로'(유럽 전역 자전거 교통망)를 참고해 '코리아벨로'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유로벨로는 한갓진 길과 비포장길을 잇고 이어서 거대한 자전거길을 만들었다.
자전거 전문가인 김종석 대구자전거타기운동연합본부장 또한 돈 들이는 자전거길을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전국 자전거도로망을 만들 때 "솔직히 안내판과 지도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도로에 중복투자를 한다고 비판해왔다. 실제 MBC 보도에 따르면 하루 4만3천대 차가 다닐 것으로 예측한 3번 국도 이화령 터널 구간은 하루 8천대에 불과했고, 옆에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통행량은 2800대로 크게 줄었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11월 과다책정된 도로예산이 5000억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도대체 어디에 돈이 들어가는지 내역을 살펴봤다. 킬로미터(Km)당 4억원이 들어간다고 돼 있다. 자전거도로 총길이는 3114km다. km당 4억원이라면 모든 도로를 투수콘 등 특수포장도로로 만든다는 뜻이다.
자전거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또 하나는 자전거급행도로 시범사업이다. 이번에 발표한 예산은 전자 예산이다. 12년까지 4년 동안 4980억원이 들어가며, 이후 집행까지 포함한 예산이 1조가 넘는다. 자전거급행도로에 대해서는 3000억원 정도 예산을 책정했으며 확정은 아니다.
순간 3년 전 기억이 데자뷰된다. 2006년 행정자치부는 서울 행주대교에서 서남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연결하는 해안일주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총사업비는 7800억원(추정)이었다. 1218km에 이르는 길을 당시 2010년까지 4년간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아차, 정부는 당시 비판을 받으며 책상 속에 밀어넣었던 계획서를 살짝 제목만 바꾼 채 내놓았단 말인가.
자전거 레저정책 잘못 시인했던 정부, 다시 과거로 돌아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