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일미- 대가리 모여라.
오창균
고향에서 외할머니는 장날(5일장)이 되면 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하셨다. 장이 파할 때쯤 가면 팔고 남은 생선을 종이에 싸서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갈치, 명태, 조기, 병어… 그때는 명태나 갈치가 지금처럼 귀하지 않고 흔히 먹을 수 있는 생선이었는데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명태나 갈치는 내장은 물론이고 대가리도 젓갈을 담아 먹기도 했는데 어릴 때지만 그 맛은 지금도 기억해낼 수가 있다.
도시로 이사온 후에 생선을 사온 어머니는 뭔가가 못마땅한 표정일 때가 있었다.
'아따 여기사람들은 대가리는 안 묵는갑다..'생선 대가리를 안주 는것이 못마땅했지만 도시생활에 적응이 안된 어머니는 가게주인에게
따지지 못하고 그냥 오신거다. 생선을 토막쳐서 손질까지 해주는것이 나에게도 낯설었다.
마트나 재래시장을 가더라도 생선대가리를 그냥 주는 일은 없다. 물론 몇몇 특정 생선에 한정된 경우로 동태 같은 국거리탕이나 도미처럼 대가리가 큰 생선들은 대가리맛이 일품이므로 절대 빠지면 안되는 것이고 주로 구이나 조림용으로 먹는 고등어류의 생선들 말이다. 하지만 어두일미(魚頭一味)라고 하지 않던가. 잘 챙겨오면 밥도둑을 만들 수 있다.
생선을 구입할 때
'대가리도 챙겨주세요' 말하면 된다. 먹을 것이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사료로 줄 것이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요리해서 먹을 것이라고 말하면 씨익 웃으면서 날카로운 앞이빨 부분은 다듬어준다. 대가리에는 살코기가 적더라도 다른 부위에서 맛볼 수 없는 맛이 있다. 꼭 드셔보시기를... 무우나 묵은지를 넣고 조림을 하면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