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묵이가 그린 동화책 삽화실험실에 잡혀간 아기 병아리의 구출기를 그린 자신의 작품에 들어갈 그림이다.
푸르메재단
창묵이는 봄에 서울농학교를 졸업한다. 사실 예비대학생이다. 대구의 한 대학 애니메이션과 수시에 합격한 것. 단 한 번도 체계적인 회화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는 창묵이의 그림은 누구나 놀라는 수준이다.
그런 창묵이가 한동안 진학을 망설였다고 한다. 임옥규 선생님은 "창묵이가 새로운 환경이 부담스러운지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해서 한동안 주위 사람들 모두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거친 바람 맞으며 더 높이 날아오르길 창묵이는 두려웠을 것이다. 오래 입은 잠옷처럼 편안한 농학교를 벗어나 이제 비장애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야 한다. 1박2일 여행을 가는 것조차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창묵이, 합격해둔 대학조차 포기하려 했던 창묵이, 그런 창묵이가 이제 마음을 바꾼 것이다. 세상을 향해 '덤벼봐' 하고 외칠 수 있는 힘을 그동안 조용히 쌓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 어렵고도 소중한 결심, 바로 세상과 한 번 붙어보겠다는 도전의식으로 이번 여행에 참여한 것이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새해 소원을 적은 연을 날렸다. 잘 날지 않았다. 아니, 자꾸 바닥으로 처박히기만 했다. 연을 묶은 실을 잡고 이리저리 달려보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끝내 창묵이의 연은 그다지 멋지게 날아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 모두 진실을 알고 있었다. 창묵이의 연이 제대로 날지 못한 것은 바람이 불지 않아서였다.
창묵아! 연이 높이 날지 않았다고 실망할 필요 없어. 네 잘못이 아니야. 바람이 세게 불면 연은 더 높이 날 수 있어. 이제 거친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게 될 창묵아. 세상의 거친 바람이 '강창묵'이라는 연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이 띄워줄 거야. 넌 이제 튼튼한 몸과 마음으로 불어 닥칠 바람 앞에 두 팔 활짝 펴고 날아오르면 돼. 그리고 네가 오르고 싶은 만큼 높이, 가고 싶은 만큼 멀리 떠나가면 돼. 행운을 빌어. 힘내라, 창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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