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할머니와 함께100일 무렵. 엄마젖을 먹으면 분유를 먹었을 때보다 살결이 훨씬 보드랍고 통통하게 올라요.
강봉훈
하지만 어려움은 그래도 있었습니다. 생각만큼 젖의 양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설명해도 아내의 걱정은 또 계속됐습니다.
젖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충분히 먹고 있는 것은 맞는가? 영양이 부족하지는 않은가? 그래도 분유도 같이 먹이는 것이 더 좋다던데... 등등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호했습니다. 무조건 엄마젖만 먹여야 하고, 엄마젖만 먹는 시기는 1년 이상이어야 한다.
퇴원하고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보냈습니다. 그기간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있었던 것도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산후조리원에서도 나름대로 엄마젖 먹이기를 도와줬고 다른 산모들도 모두 엄마젖 먹이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다른 엄마들 중에는 먼저 젖병에 익숙해져 있어서 엄마젖을 빨지 않는 아기들도 많았습니다. 울고불고 했지만 엄마젖을 다시 물리는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드시 엄마젖을 먹여야 한다는 의지 부족으로 그냥 쉽게 혼합수유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애기는 점차 엄마젖을 찾지 않고 젖양도 점차 줄면서 분유로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번 먹기 시작하니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처음에 조금 부족한 것 같던 젖양도 금방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했고 영양 부족이니 따위의 걱정도 애가 잘 크기시작하니 사그라들었습니다. 어려움이랄 것은 처음 1~2주였고 그 이후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엄마젖을 먹어서 좋은 점은 예상 외로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아빠가 자다 말고 깨야 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애기가 울면 그냥 엄마가 젖을 물려주는 것으로 해결됐습니다.
그리고 어디를 갈 때도 짐이 크게 줄었습니다. 분유를 먹일 때는 사흘만 갔다 오려 해도 분유통에 젖병이 몇개, 소독할 방법도 고민해야 하고 번거로운 것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젖을 먹으니 흐르는 엄마젖을 받쳐줄 패드 조금이 필요할 뿐이었습니다.
다만 아기에게 젖을 물린 채 잠을 자는 것은 참 좋지 않다고 하더군요... 젖을 문채 그대로 잠들면 애기 이빨이 젖산에 녹아 쉽게 상합니다. 둘째 녀석도 1년 반을 그렇게 젖을 먹더니 이빨이 많이 상했습니다. 결국 치과를 찾아 치료를 해야 했고 수십만원의 비용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공공장소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를 조금 걱정하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상황이 되자 문제는 없었습니다. 애기 엄마는 애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에 대해 거의 부끄럼이 없었습니다.집안 어른들이 있거나 제 친구들이 찾아왔을 때에도 살짝 돌아앉는 정도로 부끄럼 없이 젖을 먹였습니다. 보는 입장에서도 크게 민망스럽거나 난감해 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빤히 들여다 보는 사람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