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바람이 불면서 김양식 어장에도 ‘무산(無酸)김’ 바람이 불고 있다. 무산김을 생산하고 있는 한 어민이 김양식어장에서 김을 채취하고 있다.
이돈삼
최근 몇 년 사이 친환경 농수산물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김양식 어장에도 웰빙바람이 불어왔다. 저농약·무농약 인증 농산물을 뛰어넘어 유기농산물이 대세를 이루듯이 김양식에도 무기산과 유기산을 넘어 이도저도 넣지 않는 '무산(無酸)김'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그 맨 앞자리에 장흥 어민들이 섰다. 지난해 5월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 회진면 어민들이 김 양식에 유기산을 쓰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또 다짐했다. '무산 김' 양식은 농부가 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유기재배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전국 처음이었다.
그때까지 김생산을 해온 어민들에게 산(酸)은 매력덩어리였다. 김양식장에 산을 쓰면 잡태가 깨끗이 사라질 뿐 아니라 김의 윤기나 색깔도 좋았다. 포자 부착도 잘돼 생산량이 많고 수확시기도 빨라졌다. 반면 산을 쓰지 않을 경우 일손이 많이 간다. 잡태를 없애기 위해 햇볕과 해풍을 이용해야 하고 그래도 없어지지 않는 이물질은 하나씩 손으로 뜯어내야 했다. 생산량도 줄 게 뻔했다.
하지만 어민들의 무산김을 생산키로 한 것은 절박한 생존전략이었다. 내만 어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장흥김의 특성상 파래 등 잡태가 많이 붙어 시장에서 늘 중저가 취급을 받았다. 게다가 다른 지역에선 물김으로 팔기도 하지만 장흥에선 물김으로 수매하는 곳도 없었다. 생산 어민들이 직접 가공할 수밖에 없었다.
무산김 생산을 선언한 지역어민들은 "한동안 어렵겠지만, 산을 쓰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김을 다시 찾을 것이고, 또 돈도 될 것"이라며 서로서로를 격려했다. 만약 김양식장에서 산을 쓰다가 적발되면 앞으로 김양식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도 썼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요즘 장흥 바다에선 김 수확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