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덕어멈의 심청전 비틀기 뺑덕어멈은 극을 이끄는 주인공이자 심청전을 재해석하는 몫까지 톡톡히 해낸다.
극단미추
얼굴 근육이 아파올 만큼 마음껏 웃으며, 손바닥 아프게 박수 쳐가며, 발도 동동 구르며, 애절하고도 신나게 흘러나오는 생생한 국악 반주에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가며 마당놀이와 함께 한 두 시간. 함께 간 열 네 살 난 아이도 처음 보는 이 마당놀이가 너무 재밌었단다.
'의도적으로' 슬쩍, 친구들이랑 다시 또 오고 싶은지 물어보니, 친구들도 다 재밌게 볼 것 같다는 '바라던' 대답을 해준다. 배우 중에는 '하정우'가 제일 좋고, 가수 중에는 '빅뱅'이 제일 좋다는 이 아이가 다시 보고 싶은 정도라면, 어른 아이는 물론이고 마당놀이 관객에서 가장 적은 수를 차지하는 이삼십 대 젊은 층한테도 충분히 다가설 수 있다는 방증일 테지?
'사방이 열린 공간이지만 배우들 연기가 대사나 노래가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고 한 데로 모아지며 확 집중시키는 기운. 관객과 배우가 같은 공간, 나아가 같은 무대에 있는 것 같은 그런 기운.'
월드컵경기장에 펼쳐진 '마당놀이 전용극장'에서 온몸으로 느낀 저 기운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서 26일, 이 공연을 한 번 더 보러갔다. 두 번째 관람에서 가장 나를 시원하게 웃게 한건, 윤문식 선생님의 (아마도) 급 애드립! 배우가 던진 한 질문에 모두가 '예'하는 가운데, 관중석 어디선가 한 사람이 "아니오!"하고 외쳤을 때, "엠비씨에서 일당 받고 온 사람이지?"하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같이 보러 간 친구랑 웃겨서 거의 뒤집어지는 줄 알았는데, 손뼉 치며 깔깔대던 우리는 갑자기 몸을 사렸다. 우리처럼 크게 웃는 사람이 없는 거였다.
하긴, 극단미추와 엠비씨가 결별한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저 자리에 얼마나 되겠는가. 문득 '저 애드립 혹시 실수 아닐까? 괜찮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풍자'라는 껍질을 벗겨내면, 그 안엔 '비판'이라는 칼날이 도사리는 법. 때론 '비판'이 '비난'으로 잘 못 들릴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거야 지나친 걱정일 테고. 어쨌건 윤문식 선생님의 저 말씀이, 두 번째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더 나아가, '아! 풍자란 이런 거구나!'하는 깨달음마저 얻었다. '풍자'는 그 '대상'이 정확할 때, 더불어 지금 나와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내용'을 두고 '제대로 씹을' 때 가장 짜릿하다는 것. 윤문식 선생님의 그 '풍자'는 어쩌면 엠비씨와 결별하면서 극단미추가 가장 아팠던 자욱이 그대로 드러났기에, 그리고 그 자욱을 조금이라도 공유하고 있는 나와 내 친구였기에 그렇게 크고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건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부당징계 철회! 일제고사 반대! 공정택 아웃!'을 외친 촛불문화제에서 느낀 감정이랑 비슷하다. 몇 분 선생님들이 풀어낸 짧은 풍자극. 공정택 교육감과 이명박 정부를 제대로 '씹는' 그 내용들은 짧고 조금은 어수룩했던 그 풍자극을 그 문화제에서 가장 멋진 공연으로 이끌었다. 다른 어떤 노래나 공연보다 가장 힘찬 박수와 웃음을 이끌어 낸 것을 온몸으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