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먹이 그물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생선을 얻기 위해서다. 종종 어부들이 펠리컨들에게 고기를 던져주면 귀신같이 받아 먹는다.
문종성
'아차! 내 정신줄!'
그렇게 사람들 틈에 정신없이 구경하고 나니 별안간 자전거 생각이 났다. 황급해진 난 순간 뒤로 돌아 맹렬히 달리기 시작했다. 숨이 컥컥 막힐 정도로 뛰어오니 다행히 자전거와 그 남자 모두 제 자리에 있었다.
십년감수했다. 어쩌자고 그런 무모한 짓을. 남자는 여유롭게 웃으며 '네 자전거를 봐라, 무사하다'라는 표정으로 손으로 자전거를 가리켰다. 검사해 보니 자전거와 짐 모두 이상 없었다. 남자는 자신이 이렇게 지켜줘서 덕분에 펠리컨 구경을 잘했을 거라며 공로를 인정해 달라는 분위기였다.
이건 십중팔구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고마움에 대한 답례로 사례를 하리라 마음먹었지만 하도 동양인을 떠보는 흉흉한 사기에 여러 번 당한 터라 남자의 입에서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몰랐다.
"나도 나름 여기서 자전거 지키느라 고생 많이 했는데. 용돈 좀 주면 안 될까?"
"얼마요?"
"음…."
남자는 제법 고민하는 듯 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을 보는 순간 긴장했다. 잘못 걸려든 걸까? 그가 잠깐의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글쎄, 그래도 한 2페소(한화 260원)는 주셔야지."
'2페소? 겨우 2페소라니! 정말인가? 오, 믿을 수가 없군.'
나는 속으로 '지화자!'를 외치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 대꾸했다.
"제 자전거 봐 주느라 고생했어요. 당신 참 좋은 사람이로군요."
마침 주머니엔 5페소 짜리 동전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자비를 끌어모은 듯한 중후한 표정으로 동전을 쥐어줬다. 마지막에 어깨를 두드려 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주는 액션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남자는 희희낙락하며 얼굴이 활짝 펴졌다.
"당신, 어느 나라 사람이요?"
"저요? 한국이요."
"꼬레아노! 정말 좋은 사람들이죠. 암튼 고맙수다."
그저 침 바른 소리요, 한국 사람은 한 번도 만나보지 않았을 성 싶은 남자는 동전 한 닢 움켜쥐고는 만선의 꿈을 이룬 어부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제야 긴장이 확 풀어진 난 길가 돌의자에 앉아 마음을 추슬렀다. 아무리 그래도 낯선 남자에게 자전거를 맡기는 건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지금은 다만 운이 좋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