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태을봉의 삼각점
김현자
수리산 정상 태을봉(해발 489미터)에 있는 삼각점이다. 엊그제(12월 27일) 산행 중에 이 삼각점을 만나는 순간 얼마 전 읽었던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푸른길 펴냄)의 '국토를 밝히는 삼각점'이란 글이 떠올라 잠시나마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던 삼각점이기도 하다.
삼각점은 삼각 측량을 하기위한 기준이 되는 지점이다. 삼각 측량은 일정 지역을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가면서 삼각형 내의 땅을 축지하는 기법으로서 삼각형의 각 꼭짓점이 삼각점이다.
삼각형의 크기는 4등급이 있는데, 1등급은 한 변의 길이가 45km,2 등급은 8km, 3등급은 4km, 4등급은 2km이다. 이렇게 전국을 삼각형 망으로 구분하여 그 위치를 표지석으로 표시해 둔 것이 삼각점이다. …(중략) 삼각점은 국토를 알리는 기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본이 되는 삼각점은 경기도 수원시 원천동 산 63번지의 산 정상에 있다. 이는 영구적인 기준점이며, 동경 127˚ 35', 북위 58˚ 18'이다. 삼각점은 이 기준점을 중심으로 우리 국토의 지리정보를 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책속에서산의 정상임을 알리는 단순한 설치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화강암으로 된 이 삼각점은 단순한 돌이 아니다.
책 속 '오봉산 삼각점'이나 이 '수리산 삼각점'은 '국립지리원'이 국내에 설치한 16,000여개 삼각점 중 하나. 삼각점의 등급, 제작연도, 방위, 해당 지도명 등 그 산만의 고유정보를 담고 있다. 가운데 '十'는 방위, 네 귀퉁이에는 나머지 정보들이 기록되어 있다.
각 삼각점의 이와 같은 정보들은 지도제작, 지적 측량, 건설공사, 각종 시설물 설치와 관리 시 기준점으로 쓰인다. 이 때문에 전국의 산에 분포되어 있는 국가중요시설물인 이 삼각점을 훼손하면 처벌 받는다. 그럼 언제부터 이 삼각점이 우리에게 도입 설치돼 쓰였을까?
일본은 우리 국토를 수탈할 목적으로 일본 쓰시마 섬을 삼각측량의 기준으로 삼고 우리나라 전국에 삼각점을 만든 다음 이를 기초로 측량하여 지도를 만들었다. 일본은 합방 이전인 1907년에 이미 우리나라 주요 항구나 도시, 해안 등을 삼각 측량법을 통하여 기초 조사를 했다. 그리고 1917년에 이 측량을 토대로 정확한 지도를 만들었다. 일본이 만든 지도는 우리나라 근세시대의 지리적 현상을 연구하고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슬픈 역사이지만, 지금도 우리나라 지도는 이 삼각점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책속에서건강을 위해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국의 산 정상에는 이 삼각점 표지석이 반드시 존재한다. 정상에 있는 삼각점을 기준으로 주변의 두 봉우리에 다른 두 삼각점이 존재한다. 땀을 식히며 또 다른 삼각점 봉우리를 찾아 가상 측정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