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맞아서 대대적인 세일을 단행했다는 일간 <텔레그라프> 기사.
텔레그라프
연말은 최대의 쇼핑시즌... 그러나
"세일, 세일, 세일"
크리스마스와 '복싱데이(12월 26일)' 등 연말은 영국의 최대 쇼핑시즌이다. 크리스마스에 가족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는 사람들로 거리는 넘쳐흐르고, 크리스마스가 끝나자마자 시작되는 재고 세일에서 싼값으로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올해는 예상치 못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소비가 줄면서,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기업들이 줄도산하는 등 우울한 분위기다. 특히, 쇼핑다운 쇼핑을 못해 속이 부글부글한 여성들은 화장으로 마음을 달래는 이른 바 '립스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영국사람들에게 연중 최대 행사이다. 흩어져 있던 가족들은 각지에서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속속들이 모인다. 지난 주에 가을학기가 끝난 대학에도 그 많던 영국 학생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싶을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다. 간혹 중국 학생들만이 교정을 거닐고 있을 뿐이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복싱데이를 시작으로 기업들은 대대적인 세일을 단행하고 있다. 이 최대 대목을 놓칠세라, "70% 세일" "90% 세일" "하나 사면 하나 공짜로 주기(Buy one get one free)" "반짝 게릴라 세일" "재고(Clearance) 세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들의 눈길을 끌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요크의 유명한 유통업체인 '디자이너 아울렛' 같은 곳에서는 아디다스 운동화를 3만원, 리바이스 청바지를 2만원에 파는 등 평소에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세일이 되고 있다. 복싱데이에 많은 사람들이 싼 물건을 사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급습한 경기불황... 유수의 기업들도 줄도산그러나, 이미 지난 2/4분기에 제로성장을 기록하고 3/4분기에 마이너스 0.6% 성장을 기록한 영국은 연말이지만 소비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 위축된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
일부 유통업체들은 이미 크리스마스 이전부터 매출 부진으로 인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됐거나 다른 곳에 팔리게 되었다. 이 중에는 특히 수십 년이나 백 년 이상을 영국인들과 함께 한 기업들도 있다.
차(tea)를 파는 기업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휘타드(Whittard)'가 최근 채권단의 관리에 들어갔다. 1886년에 문을 연 이 기업은 벌써 120년이 넘었다. 또, 최근에는 설립된 지 99년된 유통업체인 '울워쓰 (Woolworths)'도 문을 닫게 되었다. 영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기업들이 이번 경제 쓰나미에 모두 휩쓸려 내려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