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나무꾼을 닮은 양철 로봇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이장연
양철로봇과 인사하고 배다리 골목에 이르니, 이른 저녁시간이었는데도 헌책방 문은 대부분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늦은 밤까지 헌책방을 찾는 학생이나 사람들이 없어서 그렇다지만, 불빛마저 사라진 적막한 배다리는 처량했습니다.
특히 언론에도 여러차례 보도된 '오래된 책집'의 하늘색 셔터는 완전히 내려가 있었고, 기둥에는 '일층 점포 임대'라는 손글씨가 나붙어 있었습니다. 헌책방을 말하는 건지 그 옆집 점포를 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작년에는 점포 임대 표지판을 보지 못했습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도시사람들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헌책들처럼 헌책방도 그렇게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싶었습니다.
다행히 배다리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아벨서점은 환한 불을 밝히고 책방을 열어놓고 있었습니다. 책방 밖에 수북히 쌓인 만화책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싸늘한 겨울밤이 내려앉는 배다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