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은영
사실 저는 일본 음식 좋아하거든요. 스시, 돈부리(덮밥), 미소(된장) 라멘, 오니기리(주먹밥) 등. 맛있는 음식 참 많아요. 일본의 경우는 지역에 따라 각 지역의 명물이라 부르는 음식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후쿠오카 라면, 나가사키 카스테라, 오사카 타코야키처럼요. 일본의 또 다른 특징은 세계 각국의 음식을 비교적 손쉽게 맛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프랑스나 중국, 이탈리아 요리는 물론이구요. 인도, 스페인, 태국, 뉴질랜드 등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간판으로 내건 식당들이 많습니다. 특히 제가 살고 있는 교토(京都)는 외국인 거주자 비율이 높은 편이라, 현지 출신 요리사가 운영하는 식당들도 꽤 눈에 띄더라구요.
그러나 이런 일본도, 저 같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2%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 밤 중에 허기진 배를 붙들고 텅빈 냉장고 앞에 서 있을 때, 혹은 외출 준비가 귀찮지만, 제대로 된 요리를 먹고 싶을때, 한국이었으면? 아마 망설임없이 ‘24시간 배달 가능!’ 식당을 찾았을 겁니다. 그러나 일본은 배달은커녕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도 귀합니다. 기껏해야 술집이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 푸드점 정도인 것 같아요.
물론 일본도 배달 문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배달을 ‘데마에(出前)’ 라고 부르는데요. 아마도 집 앞(前)에까지 가지고 나간다(出)는 정도의 의미겠지요. 젊은 친구들은 데마에보다 ‘데리바리(Delivery의 일본식 발음)’ 라는 말을 쓰기도 하더라구요.
그러나 데마에는 주로 피자나 일부 중화요리점의 경우에 해당될 뿐 그리 대중화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일본의 배달 문화와 관련해서 가장 신선했던 것은, 스시나 도시락(벤또)를 시켜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특히 친구들을 초대하는 경우는, 간단한 요리만 준비해두고, 스시류를 주문하고는 하더라구요.
일본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또 한일 양국의 비교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사실 본론은 여기부터예요. “지금 내가 만일 한국이라면, 배달해서 먹고 싶은 음식은?” 그러면 즉각 떠오르는 것은 딱 두 가지예요. 자장면과 오뎅탕. ‘곁에 항상 있어주었던’ 자장면과 오뎅탕이었지만, ‘소중한 줄 몰랐던’ 어리석은 제 모습, 반성하는 마음으로 자장면과 오뎅탕을 추억해보고자 합니다.
제 기억 속의 자장면은 주로 이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릴 적에 저희 집이 이사가 잦았거든요. 이삿짐 정리가 끝나갈 때 즈음이면 항상 현관 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고는 했습니다.
“자장면이요~”
그 순간, 약간의 육체 노동이 불러온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지고 맙니다. 돼지 기름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춘장에, 알싸한 양파의 향, 보드랍게 뭉쳐져있는 면을 잘 비벼, 소스를 적절히 분배하고 입가에 검은 춘장을 묻혀가며 힘껏 면을 빨아들일 때의 기분이란! 아마 아이들에게 천국이란 자장면을 배부르게 실컷 먹을 수 있는 곳을 말하는지도 모릅니다.
아쉽게도 일본에는 자장면이 없습니다.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중화 요리점에도 자장면은 없는 걸 보면, 지금의 자장면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진 한국 요리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자장면이 그리울 때는 근처 한국 슈퍼에서 ‘짜파게*’ 등으로 대리 만족할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