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어야한다. 인간의 편리만을 생각하거나 자본의 논리로 따지면 그 본연의 모습은 사라진다. 물론 일본이야 먹고 살만하니까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이 유다를 테지만, 우리도 더 늦기 전에 함부로 자연을 홀대하는 못난 짓은 그만두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현재 마산 진동만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갯벌 매립은 이미 그 폐해를 피부로 실감하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그곳에다 첨단 로봇단지를 유치한다는 경제논리가 앞서고 있다. 순천만 지킴이들에게 본받아야할 게 한둘 아니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어야한다
순천만은 원시자연생태를 그대로 보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창녕 우포늪은 많이 닮았다. 그간 우포늪도 개발의 잣대만을 앞세우는 일부 논자들에 의해 심한 질곡을 감수해야했다. 많은 늪지들이 경작지로 잠식당했다. 물론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그 일부가 복원되기는 하였지만 한번 파괴된 자연생태계는 원상태로의 모습을 되찾기에는 장대한 노력이 뒤따라야했다. 요즘 우포늪은 사람들의 발길로부터 많은 보호를 받고 있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셈이다.
동행했던 지인이 ‘갯벌과 만의 차이점’에 대해서 물었다. 순간 뜨악했다. 평소 나 역시도 그 차이를 뚜렷하게 구분 짓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관심 두고 있는 만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일반적로 만(Bay)은 바다가 육지로 들어와 있는 걸 말하는데, 순천만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로 깊숙이 바다가 들어와 있어요.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것처럼 이곳은 갯벌과 염습지, 그리고 거기에 자연스럽게 태어난 갈대밭, 일몰 풍광이 유명한 곳이지요.
갈대는 여름이면 파릇파릇한 초록갈대 잎 사이로 솟아오른 줄기 끝에 수수마냥 불그스름한 열매자루를 맺습니다. 그러다가 가을이면 줄기와 잎은 회색으로 바뀌고, 하얀 꽃이 만개하여 습지 가득 은빛 찬란한 광채를 뿜어댑니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지요. 저는 무엇보다도 원형 그대로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몽글몽글한 순천만 갈대밭이 자랑스럽습니다.
또한 순천만은 붉은 칠면초가 만발하고, 희귀조류 11종을 비롯하여 많은 조류가 월동 서식하는 곳입니다. 꼬막, 짱뚱어 얘기도 빠트릴 수 없겠죠. 그리고 희귀조류인 흑두루미 서식지로도 유명합니다. 더욱이 S자모양의 수로와 거기에 반사되는 일몰의 석양빛 풍경이 유명하지요. 오늘 진눈깨비가 날리지 않았다면 그 장관을 볼 수 있을 텐데 아쉽네요. 그래서 갯벌은 자연생태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소중한 곳이랍니다.
크고 작은 섬들과 주변 산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습지로서 2006년 1월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우리나라 대표적인 생태관광지입니다. 때문에 요즘은 순천시티투어 코스로 각광을 받는 곳이랍니다. 덕분에 전국에서 수십 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지가 되었답니다.
이만하면 그동안 짧은 생각으로 갯벌 자체가 소용없다고 전적으로 매립을 주장했던 이들의 개발논리가 머쓱해지는 것 아니겠어요. 자연은 있는 그대로 지켜내야 한다는 게 확연해졌어요. 그런데 이런 갈대밭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얘기를 하다보는 어느덧 갈대밭은 다 스쳐 지나고 용산 전망대를 오르는 길목이다.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라보니 초입부터 가팔랐다. 이십여 분을 헉헉대며 오르고 나니 전망대다. 순간, 사위가 확 뚫려 순천만의 자태가 적나라하게 다 내려다 보였다. 탐방로를 거쳐 올 때는 몰랐던 사실이었다. 사람 키를 웃자란 갈대군락이 올망졸망한 갈대밭을 다 가렸던 까닭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순천만. 동글동글하게 에워싸고 도는 갈대밭 풍광들이 정답다. 아무리 조경을 잘하고, 매만지기를 잘한다고 해도 저처럼 의좋게 만들지는 못하리라.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났다. 여태껏 순천만을 자주 찾았지만 이번처럼 전망대를 올랐던 적은 없었다. 그냥 수박 겉핥기로 지나쳤던 것이다! 자연의 섭리는 오묘하다 못해 신기했다. 순천만을 찾는다면 필답코스로서 반드시 용산 전망대에 올라 보시라.
용산 전망대는 순천만 자연 생태 습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다. 그것은 바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거의 환상적인 예술에 가까운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갈대 군락, 처음 듬성듬성 형성되어 자라기 시작한 갈대가 한해에 1~3%씩 확장되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근 갈대밭에 붙게 되는 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그게 용산 전망대를 알라보는 보람이다.
용산 전망대는 순천만 자연 생태 습지를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
이밖에도 순천만에서 정답게 만나는 무리는 나문재와 칠면초 통통마디, 방게와 농게, 짱뚱어와 문절망둥어다. 하지만 계절 탓인지 어느 것 하나도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한가로이 비상하는 철새 떼는 여기저기 적잖이 보였다. 세찬 바람에 일렁이는 하얀 갈대꽃이 길손의 영흥을 한껏 북돋운다.
안내 자료에 따르면 순천만은 오염원이 적어 잘 발달한 갯벌과 염습지, 갈대군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질 좋은 수산물이 풍부하며,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를 비롯하여 검은머리갈매기, 황새, 저어새 노란부리백로 등 국제적 희귀조류 11종과 한국조류 200여종이 월동 및 서식하는 전 세계 습지 가운데 희귀종 조류가 많은 지역으로, 자연관찰과 탐조를 위한 자연학습장과 국제적 학술 연구의 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인근에 낙안읍성과 천년고찰 송광사와 선암사, 고인돌공원, 드라마촬영지가 있어 자연생태체험학습은 물론, 테마관광지로서 손색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바쁜 길손은 순천만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곳도 들러보지 못하고 그 헛헛함을 순천의 명물 ‘짱뚱어탕’으로 대신하며 해남 땅끝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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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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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갯벌과 갈대밭이 어우러진 자연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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