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연구원
남소연
건기연이 23일 인사위원회에서 김이태 연구원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인사위는 이날 회의에서 김 연구원에 대해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데 만장일치 결론을 내렸고, 곧바로 이어진 '징계 수위' 표결에서는 정직 6명, 견책 2명, 감봉 2명, 파면 2명으로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인사위원회 진행과정을 지켜본 노조 집행부는 "짜맞춘 각본대로 진행되는 징계"라고 항의한 뒤 전원 퇴장했고, 이후 계속 진행된 표결에서 인사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김 연구원에 대한 정직이 결정됐다고 전해졌다.
박근철 노조위원장에 따르면, 이날 인사위는 김석진 감사실장의 감사보고를 시작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 실장은 인사위원들에게 "김 연구원은 인터넷매체(다음 아고라를 지칭)에 글을 올려 정부 정책의 신뢰를 훼손하고 사회적 불안을 부추겼다. 건기연의 비밀을 누설하고 연구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사위, 다음 아고라에 글 올린 이유 집중추궁 인사위는 표결을 앞두고 김 연구원을 불러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린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인사위원들은 "그런 글을 인터넷에 올렸어야 했나? 왜 부서장에게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냐?", "정부가 비밀리에 대운하를 추진한다고 주장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심지어 김 연구원이 아고라 글에서 '사이비 과학자'라는 자조적인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건기연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발언'이라고 지적한 이도 있었다고 한다.
김 연구원은 "부서장에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다. 연구팀에 없었던 사람은 당시 상황을 잘 모른다"고 인사위원들의 지적을 일축했다.
인사위 결정사항은 24일 오전 조용주 원장에게 보고될 예정인데, 조 원장의 판단에 따라 재심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인사위는 구체적인 정직 기간을 밝히지 않았지만, 건기연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그 동안의 전례를 감안하면, 김 연구원에게 보통 1~2개월에서 최장 6개월의 정직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건기연은 김 연구원에게 결국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박근철 건기연 노조위원장은 "특정인의 행위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데, 인사위원 12명 전원이 징계를 결정한 것은 건기연이 생긴 이래 처음"이라며 "인사위가 치밀한 각본에 따라 김 연구원에 대한 징계를 준비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연구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이런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더 이상 건기연을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다. 시민단체와의 연계보다도 나 홀로 투쟁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이 인사위에서 소명 절차를 밟는 동안 그의 부인 류종숙씨가 건기연으로 찾아와 회의장 밖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류씨는 이날 징계를 앞둔 남편에 대한 절절한 심경을 밝힌 글을 아고라에 올려 화제가 됐지만, 언론 인터뷰는 극구 사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