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국가 경쟁력 좀먹는다

'창의성'의 시대에 역행

등록 2008.12.23 08:37수정 2008.12.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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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시도교육감협의회 주최로 보는 중학교 1, 2학년 일제고사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 일제고사가 시작된 것은 올 3월부터지만, 최근 7명의 교사가 파면과 해임을 당한 것을 계기로 일제고사와 교육제도에 대한 의견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부당징계와 더불어 경쟁과 점수 위주 교육에 멍드는 아이들과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2일 교수노조는 기자회견을 하고 일제고사가 국가경쟁력을 좀먹는다고 주장했다. 

 

학력은 우수, 흥미도는 바닥

 

우리나라가 최근 몇 년간 피사 평가(OECD 국가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수학과 과학 국제 비교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2월 10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 2007'에서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수학과 과학 성취도가 각각 세계 2위, 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노조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일제고사를 보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면, 최근의 4차례 국제학력평가(PISA 2003, TIMSS 2003, PISA 2006, TIMSS 2007)는 모두 일제고사가 없었던 세대를 대상으로 실시된 결과고, 이 4차례 평가에서 일제고사를 보지 않았던 우리 학생들은 줄곧 최상위권임을 보여줬다. 따라서 이 순위를 높이기 위해 학습의 압력을 높이는 일은 부작용만 있을 뿐 전혀 의미가 없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 나라의 교육시스템을 배우러 올 정도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PISA 2000의 세부 평가를 보면 우리 학생의 자신감, 흥미, 즐거움, 가치 인식 등을 나타내는 정의적 영역이 국제기준에 비추어볼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읽기와 수학 학습에 대한 흥미도는 OECD 20개국 중 19위, 학습의 과정을 통제하고 점검하는 능력 면에서는 18위, 협동적 학습지표는 20위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초중등학교의 학력이 세계 최고인데, 정작 대학에 와서는 놀거나 취업공부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이 많았다. 교수노조는 그 원인을 경쟁교육으로 보고 있다.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것은 고등교육의 수월성인데, 현재 우리 학생들은 고등교육을 받기 싫을 정도로 학문적 감수성이 고갈된 채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 초·중등교육에서 진이 빠질 대로 빠져서 녹초가 된 채, 대부분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학문에 대한 호기심도 상실한 채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수노조는 일제고사가 교육경쟁력을 좀먹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당장 중지하라고 주장하였다.

 

디지털 시대 기업 인재상과 거리 멀어

 

한편 이렇게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기업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경총은 2005년에 신입사원 재교육에 1인당 29.6개월간 약 1억원의 재교육비가 들어간다며 교육제도와 교육과정 변화를 촉구했다. 전경련은 2008국가교육과정포럼(11월 7일)에서 참여해서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인재상을 아래처럼 제시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 중 태도 및 가치관: 인간적이며 올바른 가치관을 유지하되 유연한 사고와 창의력, 도전정신, 열정을 지닌 성취인"(전경련, 10대그룹 인사담당 부서장 인터뷰 결과, 2005년)

 

오랜 경쟁 속에 녹초가 되어 믿음도 희망도 사라진 사람들에게 갑자기 도전정신과 열정이 살아날 수 있을까? 한편 공정택 교육감은 취임 초기부터 줄곧 학력신장을 외치고 초등학교부터 경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오늘날 기업은 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분야의 기본지식과 문제해결능력, 능동적인 업무 태도 등을 갖추면서도 전체 업무를 환경변화에 맞추어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소위 T자형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

 

이런 인재를 양성하려면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 학생들 개개인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교육을 해야 한다. 또 경쟁보다는 협력하면서 올바른 가치를 공유하고 스스로 탐구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전국 일제고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정답만을 요구하는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 그것도 지역과 학생의 다양성을 무시한 일제고사로는 결코 창의성도 협력성도 키울 수 없다. 그런데도 전국단위 일제고사는 점점 늘어갈 추세다. 창의성을 부르짖는 전경련이 하루 빨리 일제고사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지난 11월 7일 국가교육과정포럼에서 전경련에서 오신 분이 발제하면서 계속 창의성, 유연성을 강조하는 걸 보았습니다. 저 분들과 일제고사 반대투쟁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발표만 하시고 떠나 전할 자리가 없었습니다. 여러 교육정책에 목소리를 높이셨는데, 이제 정말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요?

2008.12.23 08:37ⓒ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지난 11월 7일 국가교육과정포럼에서 전경련에서 오신 분이 발제하면서 계속 창의성, 유연성을 강조하는 걸 보았습니다. 저 분들과 일제고사 반대투쟁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발표만 하시고 떠나 전할 자리가 없었습니다. 여러 교육정책에 목소리를 높이셨는데, 이제 정말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요?
#일제고사 #전경련 #피사 #교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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