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분교의 김치냉장고. 칸칸에 차곡차곡 넣어둔 김장김치가 든든하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일부러 앞쪽에 붙여 놨다"는 김치냉장고 설명서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아직 비닐도 벗기지 않고 '아껴둔' 상태!
이유하
- 요즘 급식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자체 급식 시설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인근 식당에서 점심 시간마다 밥을 배달해서 먹고 있습니다. 한 끼에 3000원씩인데, 10km나 떨어진 곳에서 택시로 배달하다 보니, 택시비에, 식당 인건비까지 빼면 밥이 부실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식료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실정에, 밥을 배달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찬 투정은 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도 이번에 김치 냉장고를 지원받은 후에는 학부모들이 가져온 김장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여먹곤 해요. 아이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 여럿이 모여 숟가락 싸움하면서 김치찌개를 먹는 맛이 색다를 것 같은데요. "찌개용 고기를 만 원어치만 사도 전교생 14명이 배부르게 먹습니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끓여먹고 있어요. 다행히 내년부터는 본교 급식을 배달 받아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본교 급식은 어떤가요? "아주 맛있죠. 식당에서 밥을 시켜먹다 보니, 항상 학생들의 영양이 걱정되었는데, 그런 걱정은 덜었습니다. 본교도 분교와는 떨어져 있어서 매끼 급식 배달을 받는 게 어려웠는데, 얼마 전 무안 신문에서도 취재를 왔거든요. 그 뒤로 교육청에서도 오고 해서 내년부터는 급식 조달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자체 급식시설을 운영할 수는 없나요?"그렇게 되면 가장 좋은데, 실질적으론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사람 한 명을 쓰려고 하면 인건비에, 재료비까지 드니까요. 시골 분교로서는 어려운 점이 많죠."
그동안 아이들 영양이 걱정이었다는 서준채 선생님은, 알찬 점심이 배달되는 것만으로도 기쁜 눈치였다. 교실에 들어서니 선생님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학생들은 점심을 먹고 난 후,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해운분교에서는 집에 가서도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 오후 3시까지 방과 후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리에 바르게 앉아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다. 조용한 틈을 타서 1,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인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