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싱에 위치한 뉴욕 한인유권자센터 내부
김헌태
오바마 정부 출범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미국 내 한인의 힘을 결집시키는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KAVC: Korean American Voters' Council,
www.koreanvoter.com, 이하 '한인유권자센터')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유권자센터를 이끌어 오던 김동석 소장은 지난 12월 7일부터 19일까지 약 2주 동안 한국을 방문해 미국 내 한인유권자 운동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역사적으로 뿌리가 하나인 나라라기보다는 세계 각 민족, 각 국가 출신들이 참여하는 종합 경연장과 같은 미국에서 미국시민으로서 '한인의 힘'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 600만 명의 숫자로 미국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조국 이스라엘의 국익을 지켜내는 첨병과 같은 역할을 하는 미국 내 유대인 조직인 AIPAC(The 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내 한인들의 힘을 결집시키고자 노력하며, 그 구심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KAVC를 소개한다.
한국인에게 한민족이라는 말은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말 한마디에 한 핏줄의 동질감을 느끼며 한 울타리 속 운명 공동체임을 느낀다. 그러나 슈퍼 강대국 미국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세계 곳곳의 인종, 민족 또는 각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모여 거대한 사회를 이룬 곳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이질적이고 다양한 이민자들이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는 터전이다. 동시에 이민자들 모국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부딪히는 각축장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에서 역설적으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전 세계에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국 역시 미국이 중심이 되어 실타래와 같이 엉킨 국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미국의 대외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일까? 때로 그것은 동맹국이나 우방의 외교관이 아닌 바로 미국에 정착한 해당 국가 출신 시민세력일 수 있다. 계약으로부터 인간관계의 기초가 성립되는 미국 사회 내에서 어설픈 연줄이나 하소연은 통하지 않는다. 그런 미국 사회에서 풀뿌리 유권자의 한 표 한 표를 모아 힘을 결집해 한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한편, 모국인 한국의 국익까지 고민하며 24시간을 쪼개어 뛰는 곳이 바로 한인유권자센터이다.
2007년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 독도지키기 캠페인한인유권자센터는 뉴욕 지역의 초기 한인타운이 형성되었던 플러싱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플러싱역에서 내려 양쪽으로 한국 간판이 늘어선 길을 한참 따라 내려가면 한인타운의 끝자락쯤에 자리 잡고 있다. 한인유권자센터는 이곳에서 미국 정부나 국회, 그리고 각기 이해관계가 다른 이익집단들과 보이지 않는 치열한 싸움을 치르고 있다. 거대 일본의 로비를 상대로 통쾌한 대첩을 거둔 2007년의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 2008년의 독도지키기 캠페인, 비자 면제 프로그램 서명 운동 등을 주도했던 한인유권자센터 활동은 이제 국내에도 제법 알려졌지만 그 활동과 역사가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된 적은 없다.
한인유권자센터는 본래 뉴욕한인회의 몇몇 인사들을 중심으로 정치력 신장을 위한 사회운동으로 시작되었다. 1996년 겨울 이 센터를 설립한 이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바로 한인 유권자 등록운동. 투표는 곧 권리이자, 한인 스스로 자신들의 권익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이라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1998년 한인들의 인구센서스(정부가 시행하는 인구통계 전수조사) 참여운동을 본격 시작했고, 센서스를 통해 집계된 한국계 미국인의 숫자를 바탕으로 한국말 선거용지를 도입하는 등의 한인 권익 확대 활동을 벌여나갔다.
초기 한인유권자 운동을 이끌었던 이들은 김재일 전 이사장, 김동석 현 유권자센터 소장, 박종구씨, 양주희씨, 송승은씨, 이인주씨, 장재영씨 그리고 현재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동찬 사무총장 등이다. 이들은 초기부터 정치력 신장을 위한 핵심사업인 유권자 등록운동 외에도 한글교실과 풍물학교 등을 운영했다.
한글교실과 풍물학교 한인 2세대들, 유권자센터 활동 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