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벽마을은 영화 <밀애> 촬영지다. 남해 버스 정류장을 다니다 보면 마을 유래, 마을 특산물, 마을 자연환경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김대홍
대벽마을을 지나 소벽마을이다. 버스 정류장에 마을 소개를 해놓았다. 영화 <밀애>에서 미흔(김윤진)이 인규(이종원)과 데이트를 하다 남편 효경(계성용)에게 들킨 마을이다.
버스정류장에 마을 소개를 한 게 신기하다. 길 따라 여행하다 보니 남해 전체가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됐다. 70년대 다른 마을로 곡식 팔러 갈 정도로 가난했던 사포마을은 지금은 창선면에서 가장 부자마을로 손꼽힌다는 자랑을 적었다. 80년대 갈망조개(새조개)와 피조개로 큰 성공을 거뒀단다. 그 당시 한 가구당 2000여만원 소득을 올렸으니 적지 않은 돈이다.
신전마을은 오래된 마을숲에 전투경찰이 주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군부대 이전을 건의했고 남해군과 남해군의회가 이전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에 첫 번째 해야 할 일이 군부대에 무상임대한 신전숲을 되찾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신전마을은 자기들이 간절히 바라는 바를 정류장 안내판에 담았다.
석교마을은 힘이 센 장사가 혼자서 약 6톤 정도 되는 돌을 들어 가교를 놓았다 해서, 숙호마을은 누군가 범을 잡아 굴에서 키웠다 해서 잘 숙(宿) 범 호(虎) 해서 지금 이름을 얻었다.
재미있다.
단지 유래만 적은 게 아니다. 마을 명물도 담았다. 신보탄 정류장엔 서불과차 암각문 비석이 있다. 진시황 사자 서불이 적었다는 설이 있는 오래된 문자다. 창선·삼천포대교에서 멀지 않은 율도마을 정류장은 다리 모양이다. 금포마을 정류장엔 물메기가 걸렸다. 마을 특산물이 물메기다. 정류장마다 개성이 넘친다.
도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정류장마다 들르며 마을 유래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류장이 붙박이 문화해설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돌과 대나무로 물고기를 잡는다,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