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시청약수터이른 아침부터 긴 행렬이다.
김재경
그때 생각해 낸 것이 의왕시청 약수터였다. 대형물통 2개 가득 담아오면 일주일은 넉넉히 버틸 수가 있었다. 물맛 또한 좋았다. 일요일마다 의왕시청을 찾게 되었는데, 어찌나 공기가 맑은지 그 주변을 산책하면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어느 날은 시간이 없어서 자정 무렵, 외진 약수터를 찾을 때는 적지 않은 두려움이 엄습해 오곤 했다. 나 홀로 차를 몰면서도 컴컴할 약수터가 적잖이 무서웠는데, 그 시각에도 서너 사람이 물을 받고 있어서 안도의 숨을 내쉰 적도 있다.
일요일 긴 행렬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전동에서 왔다는 60대 아주머니는 "여기 물이 얼마나 좋은데, 왜 물을 끓여 먹어요. 한 달 내내 그냥 놔둬도 이끼가 생기지 않고 항상 그대로야"라고 말한다.
긴 행렬사이에서 "저런 잔챙이 병(음료수병)을 가져오면 시간만 걸리지. 작은 병은 먹긴 편할지 몰라도 여기서는 아니지. 물병도 집에서 헹구어 오면 좀 좋아"라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라디오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산자락아래 주차장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드는 차량 행렬로 빈 공간이 없을 정도다.
의왕시청 직원은 "원래부터 산자락에 약수터가 있었는데 수원이 고갈되자, 화단 옆 지하수를 판 겁니다. 물맛이야 사람들 입맛마다 다르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걸로 알아요. 물론 수질 검사도 이상이 없구요"라고 말한다.
한 노인은 "체육공원에도 약수터가 있는데, 차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생수통을 들고 나오기도 무척 힘들고 물맛도 여기만 못하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젊은 부부는 "수원 부모님 댁에 다녀가는 길에 꼭 들르는 코스가 됐다"며 "아기랑 그네도 타고 맑은 공기 속에서 산책도 즐긴다"며 즐거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