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닥치는 육아 문제는 부모들에게 큰 부담입니다.
연합뉴스
태어나자마자 제가 받아 돌보기 시작한 조카 주석이가 내년이면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 붉은 탯줄을 자르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으니 시간은 참 잘도 가는 것 같습니다.
동생과 같은 직장맘이 마음 놓고 일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남편의 전폭적인 외조도, 자신의 뛰어난 능력도 아닌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길 수 있는 든든한 육아도우미입니다.
영리한 직장 여성들은 그래서 결혼을 해도 친정과 멀지 않은 곳에 신혼집을 얻는다고 하지요. 동생은 친정 근처에 집을 구하는 대신 언니인 제집 근처로 이사를 왔습니다.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는 연로한 친정엄마보다는 젊고 건강한 언니가 편했던 것이지요.
7년 전 동생은 출산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니, 유치원 까지만 키워줘. 아기가 학교에 가게 될 때쯤이면 나도 직장 그만두고 애만 키울 수 있겠지.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우리 아기 잘 키워줘. 부탁할게." 그때의 계획대로라면 동생은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의 삶으로 돌아와야 할 시기입니다. 하지만 예상치 않던 복병을 만난 것입니다. 2008년 들어 느닷없이 닥친 부동산가격 하락, 금융불안, 구조조정 등의 영향이 동생의 가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미치게 된 것이지요.
"언니, 주석이 취학통지서 나왔는데... 내가 어떻게든 내년 2월 전까지 사람을 구해 볼게. 은행 융자에 애 교육비에 여기 저기 들어 갈 돈은 많은데 애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둘 수도 없고…."
겨울이 오기 전, 저는 동생에게 미리 말을 해두었습니다.
"난 너와 약속한 대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만 돌보아 줄 테니까 그 이후에 돌볼 사람을 구해봐. 내가 하기에는 솔직히 너무 버거워서 그래. 나도 나름대로 계획한 일도 있고…."동생의 어두워진 표정이 마음 아팠지만 저도 더 늙기 전에(혹은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이 있기에 조카의 육아 대신 제 삶을 택하는 매정한 언니, 냉정한 이모가 되기로 했던 것입니다.
"약속한 대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만 돌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