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실 마을 길닭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저 멀리 산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평화로움이 있다.
손병옥
봉화의 고택에는 사람 냄새가 났다마을로 들어서니 길을 따라 왼쪽으로는 시내 안으로 논과 밭이 죽 펼쳐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산 밑으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많은 집들이 약간씩 현대식으로 리모델링 되어 기대했던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찌하랴 전통과 역사는 세월의 더께를 말하는 것이고, 이러한 변화 역시 그 더께의 일부분이 되는 것임을.
다만, 주택들과 논, 밭 사이에 호젓하게 난 길을 걷다 보니 그런 모습들을 떠나서 호젓하고 정다운 고향 마을 길을 가는 듯한 생각이 들어 흡족했다. 고향길을 가니 길가에 흔들리는 들풀 하나,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가와 몸을 비벼대는 황구 한 마리가 어찌 반갑지 않을쏜가. 반가운 마음에 마침맞게 대문을 열고 나서시는 할아버님에게 인사를 건넸다. 평소의 나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게다가 닭실 마을이 내게 준 포근함 때문인지 목소리가 생각보다 우렁찼던 모양이다. 할아버지께서 조금 놀라시더니 곧 푸근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신다.
이쯤 되면 기대했던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는 말은 수정할 수 밖에 없겠다. 바로 이것이 내가 기대했던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