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짜리 홈리스 여자아이를 1년간 촬영한 사진집 <가부키쵸의 고코로쨩>이 발매되었다.
권철
권철. 가부키쵸에만 14년을 산 그가 요즘 수면부족으로 시달리고 있다. NHK·TBS·후지TV·TV아사히 등 일본의 방송사들이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경쟁적으로 제작 중이기 때문이다.
TV라는 게 그림을 추구하는 매체인지라 요구가 까다로울 때도 있다. 항상 "한 마리 늑대"였던 권철에게는 밀착취재라는 게 생리에 맞지 않다.
나와 만난 그날도 TV아사히의 카메라맨이 그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는데, 피곤한 기색이 엿보였다.
아무튼 이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가, 어떻게 시간을 쪼개었는지 사진집 <가부키쵸의 고코로쨩>(12월 11일 발매, 코단샤)을 펴냈다. 2007년 9월 가부키쵸 코마 극장 근처에서 알콜 중독자 홈리스 아빠와 살아가는 4살짜리 소녀 '고코로(心)'를 1년간 밀착해 찍은 사진들을 모은 것이다.
"이거 책 선전 해도 되나(웃음). 근데 사진이 안 좋아요. 속된 말로 셔터 누르면서 이거 건졌다는 감각, 그러니까 '맛있는 사진'을 찍을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이상하게 셔터를 못 누르겠데. 역시 난 프로실격이예요." 겸손하게 말하지만, 한장 한장이 보는 이의 가슴을 찌른다. 페이지를 쉽사리 넘기기 힘들 정도로, 고코로쨩의 동작 하나하나, 앵글이 가지는 의미를 몇 번이고 물어보고 싶어지는, 그런 사진들 투성이다.
이 사진집이 가지는 의미는 또 있다. 바로 '거리 아이들'의 존재가 명백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신주쿠 가부키쵸를 아는 사람들은 길거리 아이들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인도 아닌 이방인 포토저널리스트가 그 실태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고발한 것이다. 권철은 담담하게 말한다.
"아니 뭐 고발하고 말 것도 없고, 나 그냥 여기 죽 있잖아요. 14년 동안 있어왔고 또 앞으로도 있겠죠. 많은 사진들을 찍었는데, 처음엔 씨X 뭐냐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도 무서웠지. 근데, 지금은 '저 양반은 그냥 사진찍는 오니상(형님)'이라고. 그러니까 호스트도 야쿠자도 삐끼들도 그냥 사진 찍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리니까. 사진 찍는 사람이 사진 찍어야지 딴 거 할 게 없잖아. 하하." 피사체와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권철은 14년 동안 해 왔고, 또 앞으로도 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 공간은 모든 이의 욕망이 분출되는 세계최고의 환락가 중 하나인 신주쿠 가부키쵸다.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그 삶과 생활 방식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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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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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매몰된 지진현장을 관광지로 만들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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