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장군목
정기상
전주에서 출발하여 옥정호를 지나 강진면에 이르렀다. 넓은 길로 돌아가면 순창 동계로 해서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빨리 도착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서 지름길을 택하였다.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는 도로여서 안심하고 들어섰다. 그러나 얼마 달리지 않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이 너무 좁았다. 맞은편에서 자동차라도 온다면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좁은 길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위로 올라가게 되니,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도로에서 그 것도 자꾸만 위로 올라가게 되니, 난감하였다. 불안함을 떨쳐버릴 수 없으니,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알지 못하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것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 하나를 완전히 그렇게 좁은 도로로 넘게 되니, 시야가 확 트였다. 산 아래에는 인기척이라는 찾아볼 수 없는 조용한 마을이 하나 있었다. 마을의 좁은 도로를 벗어나니, 바로 장군목 계곡이었다. 겨울 햇살이 내려앉고 있는 계곡의 풍광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자연은 늘 언제나 저리도 맑고 향기롭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